미국 철학교수의 인식론적 철학서. 정신의 발명, 정신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 지식이론의 이념, 특권적 표 상, 인식론과 경험심리학, 인식론과 언어철학 등 8개 장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리처드 로티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나서, 시카고 대학교에서 학부 과정을 마치고, 예일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웨슬리 칼리지에서 교직을 시작한 그는 1961년 프린스턴 대학교로 옮긴 후 1979년 미국 철학회 동부지회 회장으로 피선되기도 했으며, 1982년부터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철학과에 소속된 교수가 아니라 인문대학에 소속된 다소 특이한 교수직을 맡아서 철학뿐만 아니라 영문학, 사학 등의 다양한 내용의 강의를 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운동을 자연적인 것과 강제적인 것으로 나눈 것은 잘못이었는가? 아니면 그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운동과는 다른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잘못된 대답을 내놓았던 그 질문에 대해서 뉴턴은 올바른 대답을 내놓았는가? 아니면 그들은 서로 다른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이러한 종류의 수수께끼에서 영감을 받아 최근 과학철학과 언어철학 부야에서 엄청난 양의 저작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철학적 수수께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시되었던 다양한 해답보다는 그 동기들과 전제들이 더 많은 흥미를 끈다. 그렇다면 테세우스의 배를 구성하는 판자들이 모두 새것으로 바뀌어도 그 배는 여전히 동일한 배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의 질문보다 이러한 질문에 더욱 흥미로운 대답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이유가 있는가? 우리는 왜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혹은
"그것은 무엇을 지시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결정적인 대답이 있다고만 생각해야 하는가? 발견학적 고찰이 역사편찬이라는 어떤 특정한 목적에 관련이 있다면 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대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 정신=자연의 거울` 서양 전통철학에 반기 >> [한겨레신문 / 이상수기자]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표현할 때，동·서양 철학은 똑같이 `거울`이란 은유를 동원했다． 서양 근대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우리에게 `거울 같은 본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때의 거울은 인간의 정신을 상징한다． 거울이 자연을 비추듯 인간의 정신（이성）도 자연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동양철학에서 거울은 성인（聖人）의 마음을 상징한다．성인은 사사로운 마음이 없으므로 거울처럼 자연을 그대로 비춘다．동·서양의 `거울`은 언뜻 보면 닮았지만 사실은 전혀 맥락이 다르다．
서양의 거울은 인간이 이성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 자연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지만， 동양의 거울은 이성은 물론 인간에게 속한 모든 것을 버렸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지다．
최근 번역 출간된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６７）의 〈철학 그리고 자연의 거울〉은 서양철학의 전통을 철저하게 뒤집어엎고 새로운 철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한 야심작이다．
로티에 따르면 플라톤에서 칸트에 이르는 서양 철학자들은 인간의 정신을 `자연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거울`이라고 보았다．이들에게 진리란 자연의 거울인 인간의 정신이 실재를 정확하게 비추어낸 것을 말한다． 이들은 거울（정신）에 대해 연구하면， 인간이 자연에 대해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칸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그는 인간의 정신 안에 열두 개의 범주가 미리 자리잡고 있어서 자연을 그 틀에 따라 받아들인다는 주장을 폈다．로티는 이처럼 진리의 바탕에 `자연`이라는 기초가 있다고 보는 철학을 `기초주의（파운데이셔널리즘）`라고 비판한다．
로티는 전통 철학에 반기를 든 자신의 선구자로 비트겐슈타인，하이데거， 듀이 세 사람을 꼽는다． 서양 전통 철학과 이들의 차이는， 인간의 지식을 `자연의 거울`로 보느냐， 아니면 `자연을 다루는 도구`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로티는 `정상 과학`과 `비정상 과학`을 구분한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의 용어를 빌려，`정상 담화`와 `비정상 담화`를 구분한다．정상 담화는 동의에 이르기 위한 합의된 기준을 담고 있는 담화이다．반면 비정상 담화는 그런 기준이 없다．그가 보기에 `합리성` `객관성`이란 `각 시대의 정상 담화를 영속화하려는 자기 기만적인 노력`이다．문화 역사적 차이로 낯선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담화 또한 비정상 담화 취급을 받는다．
로티는 이런 낯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서로 다른 세계가 대화하고 이어지도록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를 중시한다．로티는 이 책에서 `정신`이라는 자연의 거울을 발전시키지 않은 문명을 설정하기 위해， 우주 안에서 지구의 대척 지점에 있는 가상의 혹성을 끌어들인다．
서로 다른 세계 사이의 대화를 중시하는 철학자가 왜 그렇게까지 멀리 갔는지는 불가사의하다．굳이 우주의 대척 혹성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간의 정신을 `자연의 거울`로 보지 않는 문명을 얼마든지 지구 안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가상의 혹성과 대화하는 일보다는 지구 안 문명 사이의 대화가 더 절실할 수 있다．
대화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서양 전통 철학의 테두리 안에서만 논의를 전개한 점은 불만스럽지만，서양 주류 철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참신한 점이 없지 않다.
<< 현실문제 탐구 철학古典 >> [조선일보 / 이한우기자]
미국이 생산한 20세기 철학 3대 고전을 꼽으라 하면 당연히 1,2위를 차지할 책이다. 흔히 말하는 식으로 포스트 모더니즘 교과서여서가 아니다. 언제부턴지 미국 철학은 논리 철학과 심리 철학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미국에서 철학은 좁은 의미의 논리 탐구와 마음 탐구를 의미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니 미국 대학으로 유학 가서 현실 문제를 탐구하려는 수난으로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로 치부됐다. 로티는 바로 이 책 하나로 그 두꺼운 벽을 허물고 다시 미국 철학에 현실 문제를 끌어들였다. 그는 비트겐슈타인, 듀이, 하이데거, 현대 철학 3대 거장을 자기 시각에서 재구성하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철학함`의 방식을 내 놓는다. 근본, 본질, 뿌리, 토대, 기초를 탐구해온 기존 철학은 허구라는 게 그의 급진적 주장이다. 철학은 자연의 반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데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다.
17세기 이래로 정신, 지식 그리고 철학 전반에 걸친 논의는 표상이라는 개념에 의해서 지배되어왔다. 정신은 실재를 반영하는 거울에 비유되었으며, 지식은 이러한 반영이 얼마나 정확하게 실현되는가에 관련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확한 지식을 획득하려는 전략―즉 거울을 검사하고 수리하고 깨끗하게 닦는 일―은 대개 철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왔다. 이러한 상상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리처드 로티는 그러한 상상이 철학, 특히 근대의 분석적인 생각에 대해서 미치는 영향을 살핀 뒤에 그것의“해체"를 옹호하고 있다. 이 책은 아름다운 문체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측면을 쉽고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무엇보다도 최근 논쟁의 주요 쟁점들만을 가려 뽑아서 그것들이 가지는 함축을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하나씩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논증능력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