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해적의 역사를 풍부한 그림과 상세한 묘사로 재미있게 풀이한 고급 역사 읽을 거리' 해적행위는 18세기 초에 극성하여 블랙비어드, 키드 선장, 바르토로뮤 로버트 등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해적들을 많이 배출했다.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배들은 오늘날에도 버커니어의 공격을 받는다. <해적의 역사>는 고대에서 혀대에 이르기까지 해상에서의 노략질, 살인, 고문 등 흥미로운 해적세게를 다룬 인상적인 책이다. 책 속에 실린 수 많은 그림들은 변덕스럽고, 카리스마적이고, 유혈 낭자한 바다의 방랑자 혹은 바다의 노상강도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앵거스 컨스텀 런던 타워의 무기 큐레이터를 역임했고, 현재는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있는 멜 피셔 해양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로 있으면서 동부 해상에서의 주요 전시회를 기획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컨스텀은 해양사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무수한 역사적 유물과 원고들을 검토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이책 <해적의 역사>를 집필했다.
- 머리말 - 들어가는 글 - 사략선 선원, 버커니어, 해적 - 대중문화에서의 해적
[1] 고대세계의 해적 1. 해적선 : 갤리 선 2. 행양민족 3. 그리스 세게의 해적행위 4. 실리시아 인 5. 해적 사냥꾼 : 폼페이우스 대장군
[2] 중세의 해적들 1. 해적선 : 중세 유럽의 배 2. 비잔틴 해적 3. 북유럽의 해적들
[3] 바르바리 해적 1. 해적선 : 갤리선 2. 바르바로사 형제 3. 무라트 라이스 4. 울루지 알리 5. 몰타의 기사
[4] 스페인 대해와 바다의 유랑자들 1. 스페인 대해 2. 바다의 유랑자 3. 해적선 : 엘리자베스 시대의 사략선 4.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 5. 존 호킨스 경 6. 위그노 해적 7. 해적 사냥꾼 : 페드로 데 메넨데스 데 아빌레스
[5] 버커니어 1. 해적선 : 슬푸프 형 범선 2. 헨리 모건 경 3. 장 '롤로네' 4. 크리스토퍼 밍스 경 5. 바르토로메오 엘 포르투게스와 로크 브라질리아노 ......
[6] 해적의 황금시대 1. 해적기를 휘날리다 2. 에드워드 티치 : 블랙비어드 3. '캘리코' 잭 래캄과 여성 해적들 4. 바르톨로뮤 로버츠 5. 새뮤얼 벨러미 ......
[7] 인도양의 해적들 1. 토머스 튜 2. 윌리엄 키드 3. 헨리 에버리 4. 에드워드 잉글랜드 5. 칸호지 앙그리아 ......
[8] 사략선 시대 1. 프랑스 사략선 2. 미국 사략선 3. 존 폴 존스
[9] 마지막 해적 1. 장 라피트 2. '돈' 페드로 기베르트 3. 베니토 데 소토 4. 해적기지 : 바러태리아, 캘버스턴, 쿠바 5. 해적 사냥꾼 : 데이비드 포터
[10] 극동의 해적행위 1. 해적선 : 정크 선 2. 정성공(국성야 : 콕싱가) 3. 정을 4. 삽응차이 5. 해적기지 : 인도네시아 열도
[11] 오늘날의 해적 1. 해적기지 : 오늘날의 해적소굴 2. 해적의 외모 3. 해적 규약 4. 해적행위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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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해적
서기 330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비잔티움으로 이전하여 그곳을 콘스탄티노플이라 이름을 바꾸고 비잔틴 제국을 세웠다.서로 마 제국이 별망한 뒤에 동로마 혹은 비잔틴 제국은 이슬람의 번영과, 유럽이 암흑시대로 전락함에도 불구하고 천 년 동안 지중해 질서의 보루로 남았다. 비잔틴 전함은 제국의 해상무역을 보호하면서 동부 지중해를 초계하는 한편, 해군은 이슬람 세력의 확장을 막으려고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2세기 말부터 비잔틴 제국은 위축했고, 국력은 겨우 그리스와 현대의 터키에 미칠 뿐이었다. 전설적인 부를 자랑했지만 끊임없는 정치적 혼란으로 비잔틴의 군사력은 약화되었다. 유럽 십자군과 충돌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그리하여 1204년에 콘스탄티노플은 다른 세력에게 점령, 약탈되었다. 비잔틴 해군의 붕괴는 재난을 가져온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제국은 오랫동안 이탈리아 뱃사람을 군인으로 모집했다. 12세기 말부터 베네치아와 다른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의 갈등은 이들 뱃사람들의 체포로 이어졌다. 이것이 그후 10년 동안 비잔틴 쇠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으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해적행위로 되돌아갔다. 비잔틴이 수도를 다시 통제했지만 해군력은 결코 회복되지 않았고, 해적행위는 이제 에게 해의 풍토병이 되었다. 이 해적들은 비잔틴 당국의 마지막 성채에서 멀리 떨어진 기지를 이용했다. 그들은 아나이아 혹은 남부 그리스의 메넴바시아와 같은 항구가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크레타와 에게 해의 작은 섬들을 좋아했다. 브린디시의 이탈리아 기사, 마르가리토네는 남부 아드리아 해의 이오니아 섬들도 해적의 은신처로 생각하고 통치했다.
<< 해적이 남긴 근거없는 역사적 현실 파헤친 '해적의 역사' >> [굿데이 / 김지원기자]
'해적'이라는 이름에서 우리는 낭만을 떠올린다. 구속을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 바다를 누비는 해적들은 영화, 소설, 순정만화의 단골손님이다.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에 나오는 외다리 해적 존 실버가 앵무새를 어깨에 올려둔 채 목발을 짚고 서 있는 모습은 전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에 각인돼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터무니없는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진짜 해적들은 배신과 질병과 조난을 겪으며 비열하고 잔인한 삶을 살았다. 또 처참하게 처형되거나 알코올 중독으로 숨졌다. 이 책은 해적의 역사를 그림, 지도 등의 자료와 함께 상세하게 풀어내면서 해적이 남긴 근거없는 아우라와 역사적 현실을 구분하고 있다.
폐쇄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하층 계급의 뱃사람들에게 해적은 매력적인 존재였다. 서로 이익을 나눠 가지므로 빨리 부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해적이 처음 나타난 것은 고대 이집트 때다. 지중해를 근거로 해상무역이 시작되면서 해적도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의 터키 해안에서 강도짓을 한 '루카' 해적은 기원전 14세기부터 5세기 동안 출몰했다. 동양에서도 589년 수나라 건국 이전부터 남중국해의 해적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사회가 혼란할 때마다 중국 해역은 무법천지가 됐다.
1690년부터 40년간을 '해적의 황금시대'라고 부른다. 유럽의 복잡한 정치상황을 등에 업고 해적이 엄청나게 늘어났으며 특히 강한 정부가 없었던 아메리카 식민지 부근이 주무대가 됐다. 이때 가장 악명 높았던 해적은 '블랙비어드(검은 턱수염)'라는 별명을 가진 에드워드 티치다. 가장 성공한 해적으로는 바르톨르뮤 로버츠가 꼽힌다. 노예선 항해사 출신인 그는 30개월동안 400척 이상의 배를 나포해 카리브해·서아프리카 해안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여자 해적도 있었다. 앤 보니와 메리 리드라는 2명의 여성은 1720년 자메이카 해안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았는데, 전통적인 사회 규범을 깬 이단자로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소설과 영화 속에서 해적들은 멋진 외모에 화려한 옷을 입고 있지만 사실은 일반적인 선원과 마찬가지로 해상생활을 위한 실용적인 복장을 했다. 또 선원들이 투표를 통해 선장을 선출하거나 불신임할 수 있었고, 도박·여성 희롱·싸움을 금지하는 등 스스로 규제하는 규약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바다의 강도에 지나지 않는 해적들에게 낭만이라는 옷을 입혀 멋있는 악당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을까. 법을 지키며 살아가면서도 늘 일탈을 꿈꾸는 도시인에게 해적은 사회의 구속을 벗어나고자 하는 도피주의의 낭만적 표현이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 음산한 해적행위의 현실과 할리우드 신화의 차이 >>
'해적'이라는 말은 강력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풋내기 선원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어디에도 속박당하지 않고 호기롭게 망망대해를 누비며 파도와 바람에 맞서 싸운다. 야성적인 남성미와 신비스러움은 누구에게나 자극적인 매력이다. 해적들이 비록 난폭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자유롭다. 항구에서 햇볕을 쬐며 그물침대에 드러누운 채 게으르게 산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그 같은 모습을 은밀히 동경하면서도 사회의 압박 때문에 그럴 수 없어 한탄한다. 해적행위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사회의 속박에 반항하고 싶은 감춰진 욕구 때문에 더욱 폭발적인 힘을 얻는다. 해적행위에 대한 통속적 인식의 맥락에서 이제 신화와 현실을 거의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소설가·대본작가·영화 제작자가 그런 현상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은 해적의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더욱이 역사적 현실에 바탕을 둔 생생한 해적의 이미지를 밝혀낼 필요성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이 흥미진진한 작업에 앵거스 컨스텀이 나섰다. 그는 전문가다운 날렵한 솜씨로 메스를 들이대 해적들의 실상을 가차없이 해부하면서도, 읽을거리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면서 적정한 균형을 유지했다.
<<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힌 '해적' 이미지에 대한 가차없는 전복! >>
후크 선장,롱(키다리) 존 실버, 블러드 선장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해적들은 진짜를 어슴푸레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적을 다룬 소설들은 파묻은 보물, 인적이 드문 아름다운 섬,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 등의 요소를 들먹이지만, 이런 보조장치는 말단지엽에 불과할 뿐이다. 진짜 해적들의 삶은 배신, 난파, 절망, 질병, 만행 등의 반복이다. 해적들의 삶은 늘 비열하고 잔인하며, 단명했다. 유죄 선고를 받은 대부분의 해적들은 체포와 처형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럼 주를 즐겨 마신 탓에 많은 해적들이 알코올 중독으로 죽어갔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에서는 굶주린 해적들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선량한 상선을 마구 노략질했다거나, 모든 항구가 그들의 입항을 철저히 거부했다는 사실은 그 낭만적인 분위기를 해치므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나 많은 젊은이들이 해적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데는 바로 '자유'의 갈망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구속력을 지닌 사회구조 속에서 한몫 잡고 은퇴할 수 있는 기회는 하층계급의 뱃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다른 선주를 위해 일하거나 해군에 복무하는 것과는 달리, 해적은 서로 이익을 나누어 가졌으므로 부를 쌓을 수 있었고,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해적에는 해방된 노예나 도망친 노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해적선에서 닥칠 불행마저도 서인도 식민지의 노예신분에 비하면 오히려 나았던 것이다.
비단 해적행위가 과거의 지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오다. 오늘날에도 버젓이 남중국해에서는 해적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범선 대신 모터보트로 대체되었고, 부싯돌 권총 대신 AK-47을 휘두르게 되었지만 모두 해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전술과 방법은 바뀌었지만 범죄는 똑같다.
또한, 남자들만의 세계라는 해적 세계에 여성 해적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이미 할리우드 영화 <컷스로드 아이슬랜드>에서 지나 데이비스가 분한 '여성 해적 영웅'을 만난 적이 있다. 물론 이 영화 역시 여느 장르와 마찬가지로 해적행위를 낭만적인 분위기로 그려 현실감을 퇴색시키긴 했지만, 주요한 것은 해적사에 여성 해적이 존재했다는 명백한 사실. 1720년에 이루어진 별볼일 없던 '캘리코' 잭 래캄의 재판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체포된 해적 사이에 앤 보니와 메리 리드 두 명의 여성 해적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여성 해적이라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당대 여성의 삶에 주어진 전통적인 속박을 벗어던진 이단자였던 셈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법정에서 그들은 '더없이 방탕하고 욕지거리하며 불경한 말을 쏟아내었다. 못하는 짓이 없을 것 같아 보였따'고 한다. 실상 그들은 남자 못지않게 난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