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사랑하고 흙에서 살며 흙만이 삶의 진정한 터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주인공 왕룽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전형적인 농부다. 그러나 가난에 찌들려 살다가 횡재를 하면서 많은 땅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면서 변해가는 인간 본성의 타락, 그것을 인종하며 견뎌내는 아내 오란, 거듭되는 천재지변 속에서도 그 역경을 극복하는 위대한 인간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약해지려는 현대인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할, 193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펄벅 여사의 역작이다.
펄 벅
미국 웨스트버어지니아 주에서 태어난 지 수개월 만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십수 년을 보냈다. 1910년 미국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곧바로 중국으로 돌아갔다. 1917년 존 로싱 벅과 결혼하여 딸을 낳았는데, 심한 정신박약아였다. 그 딸에 대한 사랑과 연민은 그녀가 작가가 된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 1927년 국민정부군이 남경에 쳐들어와 하마터면 온 가족이 몰살당할 뻔했는데, 이 때 동서간의 피치못할 균열을 깊이 자각한 것도 창작활동을 시작한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이 균열과 그 극복은 펄 벅의 작품 밑바닥에 중요한 테마로 흐르고 있다. 그녀는 1930년 처녀작 <동풍, 서풍>을 출판하여 이름을 얻기 시작했으며, 이어 1931년에는 대표작 <대지>를 발표하여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주요 인물
1. 대지
- 해설
- 연보
삼촌이 초라한 모습을 하고 밭두렁길을 걸어왔다. 그는 왕룽의 옆에 와서 멈춰 섰다. 왕룽은 모른 척하고 누에콩 밭의 고랑을 파고 있다가 얼마후에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지금 일손을 놓을 수 없어요. 누에콩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는 두세 번 고랑을 파 줘야 하거든요. 삼촌은 농사를 벌써 끝내셨지요? 저는 가난뱅이라서 쉴 새가 없어요."
"난 재수가 없나봐. 올해는 콩씨도 스무 알에 한 알 정도 밖에 싹이 나지 않았지 뭐냐. 올해는 밥에 콩을 넣어 먹으려면 사야 할 판이야."
삼촌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왕룽은 팽이를 크게 내리찍었다. 사실은 '그럼 왜 좀더 부지런히 북도 주고 김도 매주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왕룽은 말없이 콩 뿌리께의 흙덩이를 잘게 부수었다. 삼춘은 가엾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도 재수만 좋았더라면 네 아버지나 너처럼 일 잘하고 아들만 낳은 마누라를 얻었을 텐데. 어디 운수가 거기까지 미쳐야 말이지.너의 아주머니는 내리 딸만 낳고, 하나밖에없는 아들은 또 그처럼 게을러 빠져 일도 제대로 못 하지 않니?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도 너처럼 부자가 되었을 텐데 말이야. 내가 부자였더라면 너한테도 재산을 나워 ？을 거야 핏줄이 같은 조카니까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