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없고 별다른 장난감도 없이 시골에서 사는 석이와 현이 형제. 비가 오면 마루에 걸터앉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물방울 놀이도 하고,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인디언놀이도 한다. 보리타작 하는 날엔 부모님을 돕는 등의 소박하고 건강한 삶을 그린 연작 동화이다. <우리의 어머니>같이 어려운 농촌의 형실을 다룬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농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정감 있고 따뜻하게 그린 작품들이다. 농촌 아이들의 세계와 농촌 풍경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순박한 마음과 따뜻한 정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윤기현
1949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선생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76년에 기독교 아동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농촌의 현실과 농촌의 아이들 이야기가 담긴 동화들을 많이 썼다. 대표작품인 「서울로 간 허수아비」를 비롯해서「해가 뜨지 않는 마을」,「회초리와 훈장」,「어리석은 독재자」들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다. 그 동안 농민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느라 작품 활동에 몰두하지 못했는데, 15년 만에 이 책「보리타작 하는 날」을 펴내면서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김병하 (그림)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전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그 동안 그린 책으로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칠칠단의 비밀>, <팔봉이의 굉장한 날>, <보리타작 하는 날>, <내 마음의 무지개>등이 있고, <역사 신문> 5,6권과 <눈으로 보는 학국역사> 등에 역사화를 그렸다.
1. 큰 물방울, 작은 물방울
2. 보리타작 하는 날
3. 인디언 놀이
4. 우리 어머니
5. 추석 잔치
6. 곶감 만들기
큰 물방울, 작은 물방울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들판은 안개가 끼어 뿌옇습니다.
들판을 가로질러 맞은편에는 야트막한 앞산이 있습니다.
앞산도 뿌연 안개 속에 싸여 나무들이 하나하나 또렷이 보이지 않고 도화지에 그린 먼 산 그림처럼 윤곽만 보입니다.
산골짜기를 따라 들판이 끝나는 곳에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습니다.
저수지에서 김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들판과 산과 마을을 덮습니다.
들판보다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에서 석이와 현이네 집은 제일 앞쪽에 있습니다.
뒤뜰에는 감나무밭이 있습니다.
마당 한쪽에는 텃밭이 있습니다.
텃밭엔 어린 아이 키만한 대나무들을 촘촘히 세워 만든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울타리 밑으로는 넝쿨강낭콩 줄기가 울타리를 타고 이리저리 뻗어 있습니다.
텃밭의 옥수수 잎이 비에 젖어 더욱 싱싱해 보입니다.
빗방울에 빨간 황토 땅이 씻기면서 마사모래가 흰 싸라기처럼 희끗희끗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