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들어지는 아파트와 아직 철거되지 않은 판자촌이 공존하는 재개발 지경의 마을, 꽃골 마을에 사는 현도와 수호는 각각 아파트와 판자촌에 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도, 배척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도우면서 아름다운 우정을 키워나가는 현도와 수호의 잔잔한 우정 이야기.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는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순수한 우정으로 어려움을 이겨 내고 밝게 커 나갈 수 있도록 감동을 주는 <꽃골 마을과 키다리 아파트>는 "웅진 책마을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이다.
김병규
1948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대구 교육 대학을 졸업했다. 10년 동안 고향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다가,1983년부터 소년 한국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 온 선생님은 [나무는 왜 겨울에 옷을 벗는가],[푸렁별에서 온 손님] 등의 책을 펴냈다. 책을 읽는 것과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생님은 오늘도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새벽별을 바라본다.
1. 이상한 만남
2. 살기 좋은 우리 마을
3. 달, 달빛, 그리고 달밤에
4. 남은 사람들
5. 따로따로 떨어져도
6. 비닐집 방에서도 밤은 깊어 가고
7. 어,어머니!아, 아버지!
8. 걸음마 연습
9. 외침,울음,그리고 메아리
10. 어화둥둥,오늘은 잔칫날
이상한 만남
새벽 하늘이 물처럼 투명했다. 그런데 별들은 어디로 몸을 숨기는 것일까? 아기들이 잠들며 눈감듯이, 별들이 자꾸 자취를 감추어 갔다.
3월의 새벽은 아직 쌀쌀했다. 저 쪽 공사판에 일찍 나온 인부들이 지펴 놓은 모닥불이 참 따뜻해 보였다. 하지만 이 쪽은 또 다른 세상이다. 현도는 고층 아파트 사이의 주차장 가운데에 서 있었다. 자동차들은 말없이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별이 사라진다고 아파할 가슴도 없는 자동차들인 것이다.
찬물에 손을 넣으면, 곧장 발끝까지 짜르르 시렸다. 눈을 질끈 감고 물에 담갔던 걸레를 짰다. 그러고는 현도는 자동차의 앞창부터 닦기 시작했다. 문, 지붕, 옆면, 바퀴 등에 묻은 흙과 먼지를 말끔히 씻어 냈다. 이어서 기름걸레로 광을 냈다.
승용차 한 대를 세차하는 데 20분 남짓 걸렸다. 새벽 5시에 나와 7시가 넘도록 부지런히 일해야 5대쯤 세차를 마칠 수 있었다. 날마다 그런 다음에 학교로 가는 현도였다.
사흘이나 일 주일에 한 번씩 대 놓고 닦는 단골이 대부분이었다. 시골길을 달려 꼴이 험해졌을 때만 세차를 부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