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소설가 김문수 선생의 푸근하고 따뜻한 사랑과 생명의 이야기 <민아네 집>.
겨울부터 시작해 봄과 여름, 가을과 다시 겨울을 지나는 동안 주인공 민아를 둘러싸고 일어난 재미있는 일화가 담담하고 푸근하게 실려있다.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 작고 하잘것 없이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 가족애와 이웃에 대한 사랑 등이 여러 사건들과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를 통해 소박하고도 진하게 배어난다. 한편 본문에 풍부하게 결합되어 있는 이형진 씨의 삽화는 계절별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흥미진진하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웅진 책마을 시리즈"의 스무 번째 이야기.
김문수
김문수 선생님은 193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동국 대학교 국문과와 국민 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현재 한양 여자 전문대학 문예 창작과 교수이자 국제펜한국본부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6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이단부흥"이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환상의 성","서러운꽃","바람과 날개",단편집 "이상한 토요일","어둠 저 쪽의 빛","그 세월의 뒤" 등이 있습니다.
[1] 겨울에 일어난 이야기
1. 정월 초하루
2. 적선
3. 쿠오레
4. 가보
[2] 봄에 일어난 이야기
1. 벌
2. 도둑 든 뒤
3. 흰주와 검주
4. 꼽추의 나무 심기
[3] 무더운 여름날에 일어난 일
1. 대추꽃은 만발했건만
2. 목숨
3. 기도
4. 말다툼
[4] 가을에 일어난 이야기
1. 추석 성묘
2. 할아버지의 산상 수훈
3. 나들이
4. 소 무덤 이야기
[5] 다시 겨울에 일어난 이야기
1. 청국장과 켄터키 치킨
2. 할아버지가 최고야
3. 엿장수 이야기
정월 초하루
민아는 새해를 맞아 열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 새해 첫날, 친척들이 다 모였습니다. 차례를 지낸 뒤, 모두들 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렸습니다. 아빠와 엄마, 작은아빠와 작은엄마 그리고 오빠와 사촌동생들이 차례차례로 세배를 올렸습니다. 민아도 오빠와 사촌 동생들 틈에 끼어 세배를 올렸습니다. 세배를 마치자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모두들 게 앉거라."
할아버지께서 세뱃돈을 나눠 주려는 모양이라고 짐작한 손자 손녀들의 얼굴에는 기쁜 빛이 역력했습니다. 물론 민아도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서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대신 입을 여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은 가난한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실수로 산 속에 있는 호수에 도끼를 빠뜨린 얘기였습니다. 오빠도 민아도 또 사촌 동생들도 다 아는 얘기였습니다. 다 아는 애기여서 재미가 없었지만 재미있는 척 듣고 있었습니다. '나무꾼과 도끼' 얘기를 마치신 할아버지께서 물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