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관심사가 방만하고 다소 사변적이었던 탓에 이론의 영역으로 기울었지만, 아직 '마음 속' 붓은 꺾지 않았다. 동판화를 비롯한 전통적인 의미의 판화를 좋아하고, 우키요에로 대표되는 일본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1. 미술 영화 그리고 텍스트 2. 미술이 너희를 구원 하리라 3. 영화관 뒤 미술관 4. 영화 감독의 눈으로
미술, 영화 그리고 텍스트 (13 P)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구약성서의 외경 중 하나인 <유디트서>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기원전 2세기 경, 아시리아 대군의 침공을 받은 이스라엘인들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경황이 없을 때, 베툴리아 출신의 과부 유디트가 몸종 아브라오 함께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찾아갔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술에 취하게 한 후, 잠든 그의 목을 잘라 바구니에 담아서 아시리아 군 진영을 빠져 나왔다. 이에 놀란 아시리아 군이 물러난 덕택에 이스라엘은 화를 면했다. 성적인 유혹과 잔혹한 살해가 담긴 이 이야기는 르네상스 이래 화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다. 카라바조가 그린 그림은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축에 속한다. 특히 카라바조 자신을 모델로 홀로페르네스를 그렸다는 사실도 흥미를 돋운다. 하지만 영화 <아르테미시아>에서 주인공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발렌티나 체르비 분)는 이 그림을 보고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치 빵을 자르는 것 같아요."
아르테미상가 보기에 유디트의 모습이 어설프다는 것이다. 이때가 1611년이니 아르테미시아는 열여덟 살이었다.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는 범상치 않은 딸에게, 카라바조가 예전 화가들과는 달리 성서 속의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예를 들어 유디트의 몸종 아브라를 주름투성이 노인으로 그린 것처럼)이 그의 비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