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쾌적한 자기 집에서 지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아는 호비트 빌보 베긴즈. 호비트족은 난쟁이보다 작은 종족이다. 겁 많고 우유부단한 빌보는 예고 없이 들이닥친 난쟁이 무리와 마법사 갠달프를 따라 모험 길에 나서 바위 거인, 도깨비, 요정 등에게 쫓기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환상소설의 고전 「반지전쟁」의 앞 이야기이다.
드넓은 판타지 세계는 흥미로운 것이 많지만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때로는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낯선 곳으로 모험여행을 떠나는 것은 내 속에 존재하는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 위함이다. 빌보 역시 자신을 남보다 낫다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나약한 존재였으나 판타지 세계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부에 있던 용감함, 지혜로움을 발견해 낸다.
존 로널드 로웰 톨킨
영국의 판타지 문학의 한 축을 세운 작가이며, 중세 영어와 고대 서사 문학 분야의 권위자로 학계에서도 존경을 받았던 학자이다. 톨킨의 작품 중에서도 그의 문학적 상상력과 신화와 전설에 대한 학문적 지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호비트>는 C.S. 루이스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와 더불어 어린이 판타지 문학의 최고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루이스 또한 <호비트>를 두고 20세기 판타지 문학의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톨킨은 어른을 위한 환타지 문학에서도 대단한 평가를 받았는데, 그가 쓴 <반지 전쟁>은 판타지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톨킨은 <호비트>에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렸다.
1. 파리와 거미들
2. 지하 감옥에서 탈출하다
3. 뜨거운 환영
4. 문간 층계에서
5. 용의 소굴
6. 용이 없는 틈에
7. 불과 물
8. 전쟁의 먹구름
9. 한밤중의 도둑
10. 구름의 폭발
11. 귀향길
12. 마무리
- 옮긴이의 말
파리와 거미들
그들은 앞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숲길 들머리는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아름드리 나무 두 그루가 몸을 서로 기댄 채 아치를 이루고 있었는데, 나이가 너무 많은데다 줄기를 휘감은 담쟁이 덩굴과 껍질을 뒤덮은 이끼 때문에 생각이 억제되어, 검게 변색한 나뭇잎 몇 개밖에는 달려 있지 않았다.
비좁은 숲길은 나무들 사이로 구불굽루 이어져 있었다. 좀더 안으로 들어가자, 햇살이 비치는 입구는 반짝이는 구멍처럼 보였다. 주위가 너무 조용해서, 아무리 살살 걸어도 쿵쿵 소리를 내며 걷는 듯했고, 나무들도 모두 그늘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그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눈이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자, 길 양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도 어두운 초록빛으로 어렴풋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따금 우듬지의 나뭇잎 틈새로 운좋게 비쳐 들어와, 그 밑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나뭇가지에도 운좋게 붙잡히지 않은 가느다란 햇살이 눈부시게 번득이는 칼날처럼 그들 앞에 꽂혔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드물었고, 그것마저도 얼마 안 가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숲 속에는 검은 다람쥐들이 있었다. 호기심 많고 날카로운 눈이 사물을 보는 데 익숙해지자, 빌보는 길에서 놀다가 인기척에 놀라 허둥지둥 나무 줄기 뒤로 사라지는 다람쥐들의 모습을 언뜻언뜻 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