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은 집집마다 사람마다 병을 쉽게 알게 하여 그것을 능히 다스리게 하자는 데 근본 정신을 두고 있다.
1만 명이 사는 고을에 한 사람의 장인이 그릇을 굽는다면 그릇은 부족하게 마련이고, 100명이 사는 고을에 의원 한 사람이 있다면 사람 살려 내는 일에 부족하기 마련이라는 그의 생각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병을 예방하며 쉽게 치료하여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는 조선 말기 당시, 서출은 아무리 특출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벼슬길에 오를 수 없는 신분 제도의 모순에 대해 분노하고 실의에 빠지기도 하였으나, 의술을 통해 백성들을 구하기로 뜻을 세운다. 그리고 치열한 실험 정신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사상의학이라는 인류 의학사에 불멸의 금자탑을 세운다...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더욱 새로운 마음을 다지자는 뜻에서 이 이야기를 엮었다.
김자환
전남 순천 출생.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계몽아동문학상, 새벗문학상, 아동문예작가상 등을 받음.
지은 책으로는 <난 너하고는 달라> <운주사의 하얀 도깨비> <엄마를 위하여> 등 20여 권이 있음.
도면회(감수)
부산에서 태어남.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졸업(문학박사). 대전대학교 인문학부 한국문화사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
- 추천의 글
-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1. 제주도에서 온 말
2. 천하의 문장이 된다 한들
3. 내 병은 내가 고친다
4. <명선록>을 만나다
5. 스승 정세운
6. 황초령
7. 병이 아니라 사람을 고친다
8. 마음을 고쳐 병을 고치다
9. 스스로 깨쳐라
10. 사상의학
11. 천하의 큰 병, 천하의 큰 약
12. 내가 죽은 백 년 뒤
- 역사논리찾기
- 유적답사기
스승 정세운
여름이 가고,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이 오고....
무심한 게 세월이라, 세월은 마치 물 흐르듯이 흘러 산야에는 또다시 봄빛이 돌기 시작했다.
이제마는 아내와 아들 용구를 불렀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나오질 않소만‥‥‥‥"
이제마는 차마 말을 꺼내질 못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집을 나갈 생각이었다. 그 동안 수없이 읽은 의서들이 자신의 병 치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고,갈수록 의서들에 대한 회의심이 깊어졌다. 그래서 아무런 도움도 되질 않는 의서를 붙들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길을 떠나 세상을 떠돌다 보면 새로운 의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떠들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던 의술의 새로운 면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르고‥‥‥‥'
또 이곳 저곳 산속을 헤매며 직접 약초를 캐고, 그 맛을 보아 의서에 적힌 약초의 효능을 좀더 자세히 실험하고 싶었다.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아내는 그가 또다시 집을 나갈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이제마가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허락을 하는 것이었다. 아주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그것은 이제마에게 더없는 힘이 되었다.
"고맙소. 어머님과 용구를 잘 부탁하오."
이제마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아니 더 말할 염치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렇게 이제마는 또 집을 나왔다.
우수가 지나고 경칩도 지나 이제 청명을 앞에 두고 있었지만 북녘의 봄은 아직도 저 멀리서 게을리 늦잠을 자고 있었다. 남녘 땅엔 진달래가 만발하여 산마다 산불이 난 것처럼 분홍빛의 장관을 이루고 있을 터인데, 함경도에서는 이제 겨우 동장군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제마는 함경도 내륙 지방으로 이어지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걸어가고 있었다.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곳은 고산준령으로 둘러싸인 산악지대라서 한약재의 산출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한약재의 산출이 많은 심산유곡으로 들어가서 약재를 채취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좀더 정학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