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 선정도서. 길남이라는 소년이 바라본 6.25와 전쟁 이후의 세태를 생활의 궁핍, 정신과 물직적 핍박의 차원에서 묘사한 장편소설. 소년의 시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50년대 초의 현실과 상처를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김원일
1942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에서 출생. 대구에서 성장했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소설을 발표하여, 장편소설 <노을> <바람과 강> <겨울 골짜기> <마당깊은 집> <늘푸른소나무> <아우라지로 가는 길> <사랑아, 길을 묻는다> <슬픈 시간의 기억>외 <김원일 중. 단편 전집>(전5권)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우경문화예술상. 황순원문학상 외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휴전 직후 서민들의 가슴 시린 애환과 가난, 삶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흑백필름처럼 펼쳐지는 그때 그 시절한 소년의 눈을 통해 50년대 우리 이웃의 궁핍했던 삶과 상처를 서정성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6·25 직후의 모두 어려웠던 시절, 여러 가지 인생 경험과 생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당이 깊은 집에 모여 살았다. 전쟁 후의 삶의 모습은 비참했지만, 삶에 대한 의지는 굳건하고 아름다웠다. 전쟁통에 홀로 된 어머니가 자식들을 다독이며, 잘 키워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참 다부지면서도 맵고, 억척스런 모습이다. 6, 70년대의...
마당 깊은 집
우리집 경우는 아껴써야 보름이 고작이었다. 전기다리미가 보급되기 전이라 바느질 일이 그렇듯, 날마다 화로에 불을 담아 인두를 꽃아두어야 했고, 다리미질에도 숯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숯불을 피울 때는 싸리숯 포대나 장작개비를 댓가지처럼 잘게 쪼개어 불쏘시개로 썼다. 신문 배달을 나갈 오후 두시 전에는 별로 할 일이 없었기에 풍로불을 피우는 일부터 화로의 숯불,다리미질 숯불은 모두 내가 맡았다. 그래서 나는 숯가스 중독으로 어질머리를 앓다 못해 여러 차례 먹은 음식을 죄 토하기도 했다. 선례누나를 따라 고향에서 대구시로 올 때 기차칸에서 느긴 멀미 증세와 비슷했다. 삭풍이 몰아치고 찬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기가 싸늘한 무렵부터 우리집뿐 아니라 세든 가구도 너나없이 장작단을 사서 재어두고 쪽마루 아래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었다. 50년대를 넘길 동안 우리집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얼음이 얼때야 따로 군불을 지졌지 , 겨울철에도 따뜻한 날이면 하루 두 끼니 밥할 때만 아궁이를 통해 구들장을 달구는 불펌이 고작이었다. 그해 10월 중순까지 우리는 풍로의 숯불로 밥을 지어 먹었다. 날씨가 추워져 새벽이면 살얼음을 볼 수 있는 늦가을에 들어서야 어머니는 시장 다녀오는 길에 장작을 사왔다. 어머니가 장작을 사올 때면 지겟짐에 몇 단 져나르는 법 없이 한 단만 달랑 사서 머리에 이고 왔다. 젊은이 팔뚝보다 굵지 않은 장작개비 열개가 한 단인 그 나무로는 나흘 밥 짓는 데도 모자라게 마련이었다.
현재 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 MBC 느낌표 선정도서에 등록된 서평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