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20세기 예술의 총아로 등극한 디자인. 이 책은 하나의 '클라시커(걸작)' 디자인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했는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바우하우스의 의자 디자인 같은 고전부터 포르셰의 KdF 자동차, 레고 블럭,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소니의 워크맨,비달사순의 클래식보브 스타일까지 시대를 풍미한 50개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클라시커 시리즈 특유의 쉽지만 깊이 있는 설명이 디자인 이라는 주제와 특히 잘 부합한다. 하나하나 주제마다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시대적인 요구나 미의식과 어떻게 만났는가를 명쾌하게 보여주며, '발명'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녔던 디자인 작품이 라이프 스타일에 미친 변화도 함께 ?는다. 또 한 주제의 말미에는 마치 인명 사전처럼 작품이 어떻게 태어나고 대량생산되었는가 등의 '역사', 디자이너의 약력, 관계된 박물관이나 장소 등을 안내하는 옐로우 페이지가 딸려있다. 리바이스 진의 경우 '이유없는 반항' 같이 연관된 영화가 소개된 것도 재미있다.
크리스티네 지베르스
1962년 생으로 신문방송학과 미술사를 공부하였다. 1990년부터 방송국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주로 사회와 문화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며, 1995년부터는 베를린에서 공공기관과 문화 행사의 홍보를 맡고 있다.
니콜라우스 슈뢰더
1958년생으로 독일 ARD 방송국을 비롯해 여러 언론 매체에서 기자, 작가로 활동하였다. 또한 영화평론가와 감독으로도 확약해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는 그는 <클라시커 50 영화>를 집필한 바 있다.
1. 토네트 의자 No.14 2. 리바이스 진 3. 버버리 트렌치코트 4. AEG 로고 5. 룸 체어 6. 샤넬 No.5 7. 프랑크푸르트 주방 8. 프라이슈빙거 MR 20 9. 예나 유리 찻잔 세트 10. 지포 11. 올리베티 스튜디오 42 12. 지멘스 전화기 W48 13. KdF 자동차 14. 럭키스트라이크 15. 비키니 16. 베스파 17. 레고 18. 아카리 등 19. 파카 T-볼 조터 20. ESGE 요술 방망이 21. 울름 의자 22. 시트로엥 DS 23. 라운지 체어 24. 유니버스 25. 브라운 SK4 26. 슈퍼레게라 27. 미니 28. 트웬 29. 닐피스크GM80 30. 톡 - 올라 레기스 1495 31. 몰턴 자전거 32. 클래식 보브 33. 판톤 의자 34. 실린더 라인 35. 사코 36. 콩코드 37. 혼다 CB 750 38. 메차드로 39. 티치오 40. 픽토그램 41. 아르마니 재킷 42. 빌리 43. 소니 워크맨 44. 피아트 판다 45. 칼톤 46. 스와치 47. 매킨토시 128k 48. 노모스 49. 주시 살리프 50. 톰 백
클래식 보브 ㅡ 머리 위에 세운 바우하우스
비달 사순
"훌륭한 건축이 도시를 아름답게 하듯 훌륭한 헤어스타일은 얼굴에 광채를 나게 한다."
1961년, 이런 비유를 입증하고 싶었던 런던 본드 가 출신의 젊은 헤어 디자이너는 마침내 전설적인 뉴욕 시그램 빌딩의 맨 꼭대기층 사무실에 초대를 받았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동료였던 필립 존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어 디자인이 마천루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순은 자신의 엄격한 기하학적 헤어스타일을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비달 사순이 훗날 회상했듯 당시 존슨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프레젠테이션은 '파이브 포인츠나 그래쥬에이티드 보브 같은 혁신적인 헤어스타일의 개발이 더 필요한 상태'라는 사실 때문에 큰 결과는 없었다. 하지만 비달 사순으로서는 그날의 만남이 "나와 바우하우스의 관계뿐 아니라 1960년대 초반 미용사의 지위나 상황을 위해서도" 중요한 체험이었다.
미용실은 고객들에게 시달렸고 고객들은 미용실에 시달렸다. 집안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들고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정원을 잘 가꾸고 외모에 큰 가치를 두는 여성은 전후 시대의 이상이었다. 그녀들은 저녁에 이웃 하우스바로 출두하기 위해 오후 시간 내내 미용실의 화학 약품 냄새를 맡으며 머리를 꿀벌통 모양으로 주름을 잡았다. 파라 디바의 통통한 헤어스타일이 그 시대의 유행이었다. 미용사의 기술은 앞머리 손질과 퍼머넌트 웨이브로 국한되고 나머지는 엄청난 헤어스프레이로 해결했다. 그래도 안 되면 가발을 이용했다.
"극도의 조심성을 요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한 번 망가지면 미용실로 다시 가서 재생을 하지 않는 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여성들이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을 제럴드 배틀-웰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