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의 역사를 지나. '구조의 역사'를 지나 '문화로 보는 역사'의 시대가 왔다. '미시사'는 개인과 일상을 통해 '연대기'와 '구조'를 포괄하고, 뛰어넘으려는 시도이다. <치즈와 구더기>는 바로 그러한 시도의 교과서이다.
카를로 진즈부르그
이탈리아 출신으로 1961년 피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 범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부터 현대 유럽사에 이른다. 그는 미시사 방법론의 선구자로 꼽힌다.
현대 역사학의 주류적 흐름 -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독일의 사회구조사, 프랑스 아날 학파는 모두 이 세계를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거대한 이론틀'을 구축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진즈부르그는 이와는 달리 구체적인 개인의 일상과 마음을 통해 한 시대를 조감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 모색의 결과가 '미시사'이다.
진즈부르그는 범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실제의 이름을 가진 구체적인 개인에 대해 관찰하고, 잘 분석함으로써 그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사회이며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살핀다. 이러한 시각과 방법론이 응축된 책이 바로 <치즈와 구더기>이다.
진즈부르그는 현재 미국 UCLA에서 강의하고 있다.
1. 메노키오
2. 촌락
3. 최초의 심문
4. "악마에 홀렸을까?"
5. 메노키오, 콘코르디아에서 포르토그루아로로 이송되다
6. 권력자들에게 일침을
7. 고객창연한 사회
8.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합니다
9. 루터파와 재침례파
10. 방앗간 주인, 화가, 광대
11. 이 모든 것은 저의 생각입니다
12. 서적
13. 마을의 독자들
14. 인쇄본들과 '환상적 견해'
15. 막다른 골목?
16. 처녀들의 신전
17. 마리아의 장례식
18. 그리스도의 아버지
19. 최후의 심판일
20. <맨더빌의 기사>
21. 피그미와 식인종
22. 자연의 하나님
23. 세 개의 반지
24. 기록 문화와 구전 문화
25. 혼돈
26. 대화
27. 신화적 치즈와 현실의 치즈
<이하 생략>
피그미와 식인종
"이 땅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법에 따라 살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태양을, 일부는 불을, 일부는 나무를, 일부는 뱀을, 일부는 아침에 만난 첫번째 대상을, 일부는 환영을 그리고 일부는 우상들을 숭배한다. [....]" 맨더빌은 자신의 <여행기> 제2부에서 인도 근처의 작은 섬인 카나에 대해서 이와 같이 기술하였다. 이 인용문에서는 메노키오를 몹시 괴롭힌 '상이한 법'과 다양한 신앙 그리고 종교적 관습이 강조되었는데, 이것은 이후에도 여러 번에 걸쳐 반복되었다. 맨더빌이 묘사한 먼 나라에 대한 대부분이 우화적인 서술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이를 통해 메노키오의 정신 세계는 크게 확장되었다. 이제 한 방앗간 주인의 정신 세계는 몬테레알레나 포르데노네 그리고 베네치아에 머물지 않고 인도, 중국 그리고 식인종, 피그미족 개의 머리를 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들에까지 미쳤다.
맨더빌은 후에 상당히 유명해진 피그미에 관한 자신의 소감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그들은 키가 작어 대략 세 뼘 정도이며, 남자나 여자 모두 체구가 작기 때문에 아름답고 우아하다. 그들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하고, 2~3세에 아이를 낳으며, 대체로 6~7세 이상 살지 못하고, 8세까지 살면 장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 피그미인들은 재주가 비상하여 비단이나 면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일에 훌륭한 기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