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체제가 주도하는 민족주의가 폭력적이라는 사실만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국가 체제 중심의 민족주의에서 강요하는 민족의 정체성과는 달리 주변부 집단에 의해 민족 정체성이 새로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그러한 사실을 이론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족주의의 해체가 곧 세계화로 이어진다면 이는 새로운 의미의 서구 중심적 식민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세기 후반 서구 문화 이론의 주요 흐름이었던 '탈식민' 이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함으로써, 초민족 시대에 각 민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올바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고부응
제주도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브룩)에서 영문학(비교문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문학의 길>, <20세기 영국 소설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콘라드의 <로드 짐>에서 읽는 반식민 저항'으로 한국영어영문학회에서 제정한 제7회 재남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 책머리에
[1] 탈식민 이론
1. 탈식민주의 문학 비평과 탈식민 이론
2. 식민 문학 읽기 서설: 식민 이데올로기와 식민지 지식인
3. 변경의 지식인: 에드워느 사이드
4. 서구의 제3세계 담론: 제임슨, 아마드, 스피박
[2] 식민주의와 민족 정체성
1. 식민 역사와 민족 공동체의 형성
2. 초민족 시대의 한민족 정체성
3. 비교문학 연구와 민족
4. 문화와 민족 정체성: <서편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꽃잎>
[3] 영문학과 식민 이데올로기
1.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 나타난 식민주의
2. 콘라드의 <로드 짐>에서 읽는 반식민 저항
3.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 반식민 저항과 인도 민족 공동체
4. 나이플의 <흉내 내는 사람들>과 민족 공동체
- 참고 문헌
식민 역사와 민족 공동체의 형성
근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소위 '탈식민주의' 문학 내지 문화 이론의 의의는 서구 세계의 변방에 위치한 우리로 하여금 서구 사상과 문화가 비서구 세계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로서 작용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이론은 서구와 비서구 세계 간에 작용하는 이데올로기와 권력 관계를 밝힘으로써 비서구인인 우리로 하여금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서구 체제에 대한 저항 전략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제 우리는 서구 문학 작품이나 문화적 생산물을 접할 때에 탈정치적 또는 보편적 휴머니즘이라고 위장한 서구 중심적 이데올로기의 강요에 정치적 저항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탈식민주의'의 이론과 실천은 서구 중심 이데올로기의 폭로와 그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나머지 그러한 저항을 시도하는 비서구인들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진다.
반식민 저항의 실천자들에 대한 이론적 관심의 결여는 크게 보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나타난 제3세계 민족주의의 발흥이라는 세계 체제의 역사적 변화에 이론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반식민 저항은 단순히 서구 식민 체제의 해체만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과거 식민 체제를 겪었던 지역에서 민족 공동체와 그리고 민족 국가 형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제3세계의 민족 문제에 대해 에드워드 사이드, 가야트리 스피박, 압둘 잔모하메드 등 소위 '탈식민' 이론가들이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것은 그들이 작업하고 있는 현장이 과거 식민 체제를 경험했던 현재의 제3세계가 아니라 미국 등 서구의 중심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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