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4학년인 동구는 소아마비 때문에 다리를 절지만 팔힘은 누구보다 세다. 집이 가난해 판자촌에 살고 있는 싸움 대장 기호, 연예인 기질이 다분한 갈비, 시골에서 올라온 착한 영천이와 친구가 된 동구. 이들 네 악동들이 등장해 온갖 장난을 치며 우정을 쌓아가다가 어려운 상황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가 <절름발이 소년과 악동 삼총사>의 줄거리이다. 동화 곳곳에는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죽음과 대학생들의 데모, 평화 시장 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상이 드러나 있어 1970년대를 살아온 어른들이 읽어도 생생한 감동이 살아날 만하다. 실제로 두 다리가 불구인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로, 탁월한 문장력과 재치 있는 말투,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
고정욱
1960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두살 나던 해에 소아마비에 걸려 지체 부자유의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의사가 되어 같은 처지에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이과 공부를 했으나, 장애인에게 의대 입학이 허용되지 않음을 뒤늦게 알고 성균관 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면서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글쓰기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글힘 돋움][아이를 키우며 나를 키우며]등의 작품을 내신 선생님은 현재 성균관 대학교 국문과 강사로 계십니다.
1.퇴원해서 만나는 세상
2.널마당의 무법자들
3.드디어 학교로
4.우리들의 보물 창고
5.비오는 날의 창고
6.가슴 부푼 돈벌이
7.널마당의 새 뽑기 장수
8.어린이 회관
9.목마른 여름 방학
10.악동들의 추석
11.우리들의 보물 상자
12.청년 노동자의 죽음
13.쓰러지는 영천이네
14.안녕 널마당
15.지은이의 말
널마당의 무법자들
"동구야, 노올자!"
닫혀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우리 집 대문간에서 시끄럽게 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삼촌 방에서 조흔파의 얄개전을 낄낄대며 읽던 나는 방문을 ㅇ려고 내다봤다. 땜통, 아니 기호였다. 옆에는 갈비 녀석이 따라와서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나와 보면 알아."
널마당에는 여전히 동네 아이들이 잔뜩 쏟아져 나와 놀고 있었다. 우리는 햇볕이 잘 드는 왕 서방네 담벼락에 등을 기대로 섰다. 왕 서방은 이대 입구의 만화 가게 옆에 청루옥이라는 중국집을 크게 하는 이 동네 터줏대감이었다. 그의 집은 대개 20평 내외의 한옥들이 올망졸망한 우리 동네에서 약 50평 되는 ㅁ자 한옥으로 가장 크게 집터를 차지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 누구도 그 집에 들어가 본 일이 없었다.
"야, 이것 봐라."
갈비 녀석은 자신의 오른쪽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렸다. 거기에는 허옇게 살이 일어난 자국과 함께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