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 스님
열아홉 살에 동백꽃 피는 선운사로 출가했다. 1985년 태국을 거쳐 인도 뿌나 대학에 유학, 빠알리 語를 전공했다. 현재 지리산 실상사 화림원에서 정진하고 있다. 산문집으로 <방랑시작> <입산>이 있으며, <티벳의 사랑과 마법> <죽어라! 그대가 죽기 전에> <수바시따> <싯달타의 길>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세현 (그림)
화가. 1963년 충남 연기 출생. 그림책 <만년샤쓰>. 어른을 위한 동화 <깡통> <모랫말 아이들>의 삽화를 그렸다.
서서히 아침 안개가 걷힌다. 덤불 속에서 호기심에 가득 찬 눈들이 꼬마 오리의 날갯짓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빼빼 옆으로 다가왔다. 잘 다듬어진 갈색 깃털에 기름기가 잘잘 흐른다.
"그 춤 좀 가르쳐줄래?"
빼빼가 날개를 접고 말했다.
"춤추는 게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널 죽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쪽 건너편에서도 넌 밤낮 춤만 추고 있었잖아."
"명상을 하는 거야."
"그게 뭔데?"
"난 날고 싶어."
"뭐라고? 얘들아 이리 와봐! 얘 좀 봐!"
덤불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나머지 오리들이 우르르 뛰쳐 나왔다. 모두 일곱 마리였다. 제일 덩치가 큰 오리가 물었다.
"민들레! 쟤가 뭐래? 가르쳐주겠대?"
처음에 나와서 말을 건 오리가 민들레였다. 발목과 물갈퀴의 노란빛이 별나게 진하고 선명했다. 민들레가 말했다.
"그게 명상인가 뭔가 하는 거래, 글쎄!"
"그 춤은 어느 파건데?"
"춤이 아니라 날아가려는 거리잖아!"
"뭐, 날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