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구성력과 섬세한 문장으로 주목받는 작가 황선미씨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창작동화가 대부분 시골이나 도시의 저소득층 또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아파트촌과 핵가족, 그리고 맞벌이 가정을 배경으로 하여 무리가 없고, 그 안에서 성장의 외로움을 겪는 사춘기 소녀 향기의 이야기를 감칠맛나고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황선미
황선미는 1963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또 1997년에는 제1회 탐라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내 푸른 자전거》, 《여름나무》, 《샘마을 몽당깨비》, 《나쁜 어린이 표》, 《마당을 나온 암탉》들이 있다.
신은재 (그림)
신은재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1997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한국 출판 미술가 협회와 일러스트레이션 그룹 모빌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황우양씨 막막부인》, 《내 마음의 그리스도인의 집》, 《너무나 소중한 가족 이야기》 시리즈 등이 있다.
1. 혼자라서 더 속상한 날
2. 나, 피아노 안 쳐요
3. 거기에 누가 있을까
4. 늙어 버린 환경미화원
5. 아름다운 범인을 찾아서
6. 홀수 토요일
7. 생일 초대
8. 가출 연습
9. 삼삼아, 왜 빨리 자랐니
10. 이별하기
11. 보물 상자 무덤
12. 너무나 길었던 하루
나, 피아노 안 쳐요
어렴춧이 어떤 소리가 들렸다. 음악 소리 같기도 하고, 전화 소리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한 게 잘못 들은 것도 같았다.
잠이 서서히 깨는데도 향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끄러운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바람에 도저히 잘 수 없어서 눈을 떴다. 벌써 밖이 어두워져 불부터 켜야 했다. 인터폰이 울리고 있었다.
"보나마나 동수야!"
도장에서 뛰쳐나갔다고 잔소리를 할 게 뻔했다. 가슴을 맞은 생각이 또 나서 낯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향기는 거실로 타박타박 나가서 퉁명스레 인터폰을 받았다.
"누구세요?"
"예, 경비실입니다."
"경비실?"
그러고 보니 '경비실' 이라고 쓰인 스위치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향기는 얼른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