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모가 사라졌다. 영모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사라지기 전날 밤 아버지한테 맞아 자기를 찾아온 영모를 놀이터에서 만난 이후로 병구는 영모를 보지 못했다. 집, 학교, 학원, 만화방, 피시 방... 병구가 찾아본 어디에도 영모는 없었다. 순간 병구는 아파트 지하 계단을 떠올렸다. 어두컴컴하고 더러운 그곳에서 검은 고양이 담이와 함께 자주 웅크려 앉아 있던 영모의 모습이 생각났다. 하지만 거기엔 영모 대신 담이만 병구를 기다렸다. 담이는 병구를 보자마자 꼬리르 휙 흔들며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정말 영모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공지희
1961년에 태어났다
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다락방 친구>가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 <마법의 빨간 립스틱> <별라와 하양투성이 공주>가 있다.
오상 (그림)
1968년에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1. 사라진 첫째날
2. 라온제나의 봄
3. 사라진 둘째 날
4. 라온제나의 여름
5. 사라진 셋째 날
6. 라온제나의 가을
7. 그리고 겨울
- 작가의 말
라온제나의 봄 (95 ~ 96 P)
"아이들을 제물로 바칠 때는 두 가지 법이 있어. 하나는 커다란 휘장이 쳐진 제단 안에서 목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해. 그리고 흘러나온 피를 제단에 묻히고 죽은 아이를 단 위에 올려놓는 거야."
할아버지가 길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로아야, 그만 해라."
하지만 로아는 그만두지 않았다.
"또 하나의 제물 아이에게 고운 비단옷을 입혀서 높은 얼음산 꼭대기 동굴에다 가둬 놓는 거야. 제물 아이는 거기서 얼어 죽거나 굶어 죽어야 해."
로아가 말을 멈추고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는 일어서서 주위를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제물로 팔려서 끌려 간 날, 나는 아주 예쁜 옷을 입었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좋은 옷은 처음 입어 봤는데 그 옷이 맘에 쏙 들었어. 어른들이 나를 높은 얼음산으로 데리고 갔어. 거기는 언제나 얼음이 녹지 않는 추운 산이야.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길을 따라 맨 꼭대기 벼랑 위 동굴로 갔어. 그리고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가라고 내 등을 밀었어. 나는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면서 천천히 동굴 속으로 들어갔어. 어른들은 나를 동굴 깊이 밀어 넣고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는 동굴을 커다란 돌로 쌓아 막아 놓고 돌아가 버리고 말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