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라는 이유로 슬프게 살아가고, 엄마 아빠가 이혼하여 외롭게 살아가고, 때로는 매를 맞는 아이들도 있고, 저 멀리 외국으로 입양되는 아이들도 있고, 버려진 아이들도 있고,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세상이 발달하면 할수록 슬프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오히려 많아진다는 생각을 했단다. 슬픈 일이지만, 그게 우리 현실이라는 것을...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하나의 생명체는 동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야. "너희들이 뭐라고 나를 놀려도 나는 살 거야. 나는 당당하게 살거라구!"
이상권
1964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한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1993년 <어린이 동산>에 중편 동화를, 194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꾼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낸 작품집으로는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파브르 식물 이야기 1, 2> <물고기 박사 최기철 이야기> <똥이 어디로 갔을까> <아름다운 수탉> <엄마 생각> <딸꼬마이> 들이 있습니다.
이준섭 (그림)
1962년 태어난 강원도 원주에서 자랐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였고,
<풀빛 일기> <모래밭에 그리는 꿈> <옥수수 박사 김순권 이야기> <눈은 왜 내릴까요?> <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 도시로 가는 언니
2. 가난을 불러온다는 귀제비
3. 새로 이사 온 혜진이네
4. 도시에서 보내온 옷
5. 작은오빠 재두
6. 우리 송아지
7. 돌아온 언니
8. 선생님과 숙제
9. 가정방문을 앞두고
10. 뜻밖에 찾아오신 선생님
11.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12. 아버지의 꿈
13. 어린이날
14. 작은오빠의 가출
15. 앓아누운 딸꼬마이
....
가정방문을 앞두고
할머니의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 딸꼬마이는 너무 눈치가 없는 재섬이를 때려 주고 싶었다.
'나는 쟤만 했을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쟤는 너무 속이 없어.'
오랜만에 그네에 매달린 딸꼬마이는 슬레이트로 덮인 지붕을 바라보았다. 함석 차양 위에는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썩어 있었다. 굴뚝새 한 마리가 우뚝 솟은 굴뚝 위에 앉았다.
'1학년 때는 초가집이어서 부끄러웠어. 그래서 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꾸면 선생님도 데리고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줄기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았다. 딸꼬마이는 머리를 푹 떨구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낮에 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하면 오시지 않았는데... 올해는 밤중에라도 오신다니 어쩌지.'
가정방문 철이 되면서 딸꼬마이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집안 식구 가운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었다.
"누나, 우리 집엔 왜 선생님이 오시면 안 돼지?"
동백나무 앞에 쪼그려 앉은 재섬이가 투덜투덜 말했다. 딸꼬마이는 재섬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