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가 동유럽 여행을 두 차례 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 아내와 함께 했던 2002년 8,9월의 여행. 그리고 공산주의가 몰락한 직후에 홀로 했던 1992년 1,2월의 여행이 그것이다. 10여 년 전,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유가 찾아온 그 땅은 빈곤, 불안, 좌절의 그림자로 뒤덮였으나 지금은 밝게 변했다. 이 글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1부는 현재의 밝은 동유럽 풍경이고, 2부는 어두운 과거에 대한 회상이다. 여행중에 그 길을 가며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만났고 소중함 체험의 그런 얘기들이 이 여행기에 많이 실려있다.
저자 - 이지상 - 여행인. 1958년 생. 1985년 서강대 졸업. 몇 년 동안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1988년부터 현재까지 여행과 글, 사진을 벗삼아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 길을 갈 생각이다. 한동안 궤도를 이탈한 삶을 살아왔지만 땀흘리는 일상이 있어야만 여행도 즐겁다는 평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균형 잡힌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경기대학교에서 여행과 여가에 대한 강의를 하며 젊은 학생들과 만나는 기쁨에 푹 빠져 있다. 저서로는 <길위의 천국 - 터키 여행기><여행가><실크로드 여행><겨울의 심장 - 시베리아 횡단기><슬픈 인도><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등이 있다.
1부 2002년 동유럽으로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프라하를 떠나며
2부 1992년 동유럽으로 루마니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불가리아
빵과 자유
여행 정보
그 적막한 도시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이리저리 헤맸다. 슈퍼마켓을 문을 닫았고 맥도날드는 가기 싫었으며 마땅한 레스토랑도 쉽게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어둠침침한 목조 건물로 들어갔다가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딜 갔나 했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와글거리며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우리가 헤매는 동안 너구리처럼 다 여기 숨어 있었네. 동네 주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그만 반가움이 왈칵 일었다.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자 배 나온 중년 사내가 다가왔는데 양손에 생맥주 잔을 몇 개나 들고 있었다. "피보?" 피보는 현지어로 맥주를 뜻했다. 두말없이 시켰다. 체스케 부데요비체에 와서 맥주를 안 마실 수는 없었다. 바로 이곳이 체코의 그 유명한 맥주 부드바의 원산지며 부드바 맥주는 버드와이저의 원조 아닌가. "야...... 맥주맛 좋다." -p. 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