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머리 깎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베르톨트도 정말 머리 깎기를 싫어했다. 적어도 엄마가 ‘동물원의 이발소’에 가자고 하기 전까지는. 그곳은 의자 대신에 살아 있는 동물의 등에 올라 앉아 머리를 깎는 희한한 이발소였다. 베르톨트가 구석에서 꿀꿀거리는 돼지 등에 올라탔을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렇게 《이발소의 돼지》에는 재미나고 유쾌한 이야기, 코끝이 찡해지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와 시가 함께 묶여져 있다.
에리히 캐스트너 (Erich Kastner)(1899∼1974)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어린이책 작가이다. 그는 독일의 남동부인 드레스덴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캐스트너는 독일이 나치즘으로 혼란을 겪을 때에, 나치에 저항했던 지식인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어린이들한테는 캐스트너의 이런 명성보다도 그들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하는 어린이책 작가로 더욱 유명하다. 특유의 날카로운 재치와 유머로 어린이들의 세계를 아주 잘 이야기하여 전세계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 덕택에 탁월한 이야기꾼이 캐스트너는, 1960년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캐스트너가 쓴 동화로는 「하늘을 나는 교실」 「에밀과 탐정들」 「에밀과 세 쌍둥이」 「5월 35일」 「핑크트헨과 안톤」 「에리히 캐스트너가들려 주는 옛이야기」들이 있다.
1. 이발소의 돼지
2. 엉터리 마술사
3. 호기심꾸러기 프리드리히
4. 수영 선수 아르노. 세계 기록을 세우다
5. 엄마가 안 계세요
6. 낄낄 웃는 프리츠
7. 사자와 시장 바구니
8. 팔이 긴 아르투르
9. 헤버슈트라이트 부인. 미행을 하다
10. 방 안에서 세계 여행하기
11. 두 엄마와 한 아이
12. 걱정거리가 있는 아이
13. 산타 할아버지 오실 때에
14. 길 떠나는 어린 아이
15. 펠릭스. 겨자를 사오다
16. 두 학생이 사라졌다
- 옮김이의 말
이발소의 돼지
꼬마 베르톨트의 머리가 벌써 몇 주째 목덜미를 덮고 있는데, 엄마는 어떻게 하면 베르톨트를 이발소에 데려갈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계집 아이처럼 보인다고도 말해 보았고, 온갖 모욕적인 말을 다해 보았다. 하지만 베르톨트는 다른 때에는 그렇게 고분고분하면서도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싫단 말예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안 계시니 그럴 수도 있겠다. 게다가 베르톨트는 머리를 자르느니 어금니를 세 개 뽑는 게 낫겠다고 여기는 아이였다. 그래, 그 애는 그런 애였다.
엄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는 베르톨트에게, '동물원의 이발소'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베르톨트는 금세 찬성했다. '동물원의 이발소'는 아주 특별하고 멋진 곳이니까.
베르톨트와 엄마는 어른 이발소를 지나갔다. 어른들이면서도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하고 있었다. 베르톨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왜 나는 아직 수염이 없을까. 그때에 비죽 뻗친 귀 때문에 속상해하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는 자기 귀를 머리를 마는 고대기로 구부려서 똑바로 얌전하게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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