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과 잘못된 책의 제대로 된 기준을 보여준다.
어린이책에 대한 꼼꼼하고도 매운 평을 담아 놓은 글. 신인에게는 작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길잡이가 되고, 기성 작가에게는 창작 태도를 새로이 돌아보게 한다.
어린이문학을 마땅히 우리 아이들을 풀어 놓아 주는 책,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 주는 책으로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어 있는가? 아이들이 세상을 올바른 눈으로 보도록 하고, 자연의 소리를 듣게 하고, 사람다운 감정과 생각을 가지게 하고, 사람다운 행동을 하게 하는 책으로 되어 있는가? 부질없이 남의 것을, 더구나 서양 것을 쳐다보고 부러워하게 하는 책으로 되어 있지는 않은가?...
이오덕
1925년 경상북도 청송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1944년부터 퇴직하기까지 43년 동안 교사로서, 아동문학가로서 "아이들을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에 힘을 쏟았다. 동화, 동시, 수필, 어린이문학 평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저서를 냈지만, 이 책들을 꿰뚫고 있는 맥은 한결같이 "우리 말 살리기"에 닿아 있다. 어린이문학과 우리 말 살리기 운동에 힘쓴 공으로 제2회 한국아동문학상과, 제3회 단재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농사를 짓는 아들손자 내외와 함께 충주에 살면서 우리 말살리기 운동과 어린이문학 연구, 그리고 글쓰기 교육 운동을 계속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1] 가난과 꿈을 이야기한 책 세 권
1. 흐린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문학정신/ 박기범 동화집 <문제아>
2. 버림받은 아이들을 보는 따스한 눈길/ 김중미 소년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3. 아름답고 참되게 살아가는 꿈/ 황선미 장편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4. 세 작품에 대한 글쓰기회 회원들의 의견
[2] 사람과 자연, 현실과 초현실
1. 강아지가 보는 사람 사회/ 권정생 글 <비나리 달이네 집>
2. 손쉽게 써 버린 꿈 이야기/ 이현주 글 <외삼촌 빨강 애인>
3. 허황하고 괴상한 이야기들/ 임정자 동화집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4. 사실성이 없고 어지럽게 읽히는 글/ 이상권 동화 <엄마 생각>
5. 참된 자기로 돌아가기/ 김우견 동화 <수일이와 수일이>
6. 잘못된 삶을 깨우쳐 주는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들/ 윤태규 동화집 <이상한 학교>
[3] 번역 동화, 그 밖
1. 고구마를 심고 가꾸어 보고 싶어지도록 할 수 없을까/ 도토리 기획 <고구마는 맛있어>
2. 눈물이 나도록 감동을 주는 이야기/ 야시마 타로 글그림 <까마귀 소년>
3. 자연, 그 위대한 교과서/ 콘스탄틴 파우스토프스키 동화 <우리들의 여름>
4. 중고등학생들에게 주는 자서전/ 이상석 글 <못난 것도 힘이 된다>
아름답고 참되게 살아가는 꿈 - <마당을 나온 암탉>
이 동화집 머리말에서 지은이는 꿈을 간직하라고 했다. 그래서 또 꿈 이야기가 나왔구나, 꿈타령하는 작가가 나왔구나 싶었다. 이 꿈이란 상품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제국주의 질서를 선전하던 교육자들이 학생들에게 걸핏하면 싸구려로 팔아 대던 전매품이었다. '학생들이여, 큰 뜻을 품으라!'하고, 그리고 해방 뒤 우리 한국에서는 점수따기 경쟁장에 아이들을 몰아 내어 채찍질하는 모든 부모들의 입에서, 입신출세주의 교육에 매달려 있는 모든 교육자들의 훈화에서 약방의 감초같이 나오는 말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는 말만 나오면 그것을 아이들을 어떤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속임수라고 나는 생각하였고, 따라서 이 작품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다하고 신통찮은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느새 이야기 속에 아주 푹 빠져서 끝까지 긴장하면서 읽었다. 동물을 의인화한 동화를 이렇게 그 이야기 속에 아주 빠져서 읽은 기억이 지금까지 별로 없다. 보통 이런 의인화 동화는 사람 이야기를 이름만 동물로 바꾸어 놓아서, 아무리 좋은 뜻을 담은 내용이라도 '이거 뭐,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놓은 건데'하고 읽게 되는 것이 예사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동물이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하는데도 그것이 바로 사람이 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동물과 사람 사이가 조금도 틈이 없이 밀접하게 하나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 끝까지 빠져들어서 읽은 것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곧 '아, 이것은 내가 짐작했던 그런 꿈 이야기가 아니구나'하고 깨달았고, 사람은 역시 꿈을 가지고 살아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꿈이 어떤 꿈인가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바라고 강요하는 꿈이 아니고,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게 하는 꿈이 아니어야 한다. 그런 거짓스런 꿈을 거절하는 데서 생겨나는 꿈, 참된 자기를 찾아 가니는 꿈, 사람답게 살아가는 꿈, 진정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길을 찾아가는 꿈이어야 한다. 이 작품에서는 어떤 꿈을 그려 놓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