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성행은 분명 조선후기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문화 현상이었다. 사대부 지식인을 비롯하여 규방 안의 여성들, 하층민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계층의 사람들이 모두 이 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매혹되었다. 실로 다종다양한 소설들이 당대의 독서계를 흔들어 놓았고, 당시의 지식인들은 이 새로운 독서 문화를 바라보면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새로운 현상을 분석하면서 비평적 안목을 세워나갔다. 이처럼 소설의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서서히 소설에 매혹되어 갔던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변화와,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빠져들면 서도 이를 부인해야 했던 모순된 태도는 참으로 흥미로운 것이었다. 새로운 문화가 주변에서부터 중심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조선 후기 서설을 둘러싼 논란들만큼 풍부하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나의 첫 학문적 주제는 이렇게 해서 결정되었다. - 책머리 중에서 -
지은이 ㅣ 김경미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경대, 이화여대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현재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의 연구원으로 17세기 여성생활사 자료를 번역하고 있다. <조선후기 소설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논문으로 <조선중기의 유산기 문학><19세기 한문소설의 새로운 모색과 그 의미><여성서술자를 통해본 <운영전>의 의의>등이 있으며, 번역서에<한국의 열녀전>이 있다.
1. 들어가는 말
2. 조선 후기 소설의 성행과 소설관의 변화
3. 조선 후기 소설비평과 소설론의 형식
4. 조선 후기 소설론의 전개 양상
5. 조선 후기 소설비평과 소설론의 위상
6. 나오는 말
조선 후기에 이르어 소설 창작 및 비평에 일어난 현상적인 변화는 양적인 풍부함과 담당층의 확산이다. 이러한 변화는 소설론의 전개에도 질적인 심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 시기의 소설 논의는 단편적인 언급이나 이론화되기 이전 단계의 소설 찬반론을 넘어서 이론화를 지향하게 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소설론에 일어난 이러한 변화는 정통 한문학의 입장에서 말기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장르나 국문시가 및 판소리에 대한 괸심이 확대되었건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하층 문화가 상층 문화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로 생각된다. 앞에서 조선 후기 소설비평과 소설론의 다양한 전개 방식을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앞서의 논의를 토대로 조선 후기 소설론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설론이 장르론으로서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가 포함되어야 하는가? - p. 1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