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대부가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무릇 산수란 정신을 온화하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한다. 사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사람이 거칠어진다. 그러나 산수가 좋은 곳은 생업이 풍부하지 못한 곳이 많다. 사람들이 자라처럼 숨어 살 수 없고 지렁이처럼 먹지 못하니, 한갓 산수만을 구해 살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름진 땅과 넓은 들과 지리가 아름다운 곳을 골라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좋다. 십 리 밖이나 한나절 거리 안에 산수가 빼어난 곳을 사 두었다가 때때로 오가며 근심을 풀거나 머물렀다가 돌아올 수 있다면, 이야말로 자손 대대로 이어나갈 만한 방법이다.
이중환 숙종 16년 당대 명문인 여주 이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24세 되던 해 과거에 급제한 뒤 병조좌랑에 올랐다. 그러나 신임사회에 연루되어 30대에 유배 길에 올랐고, 이후 일정한 거처도 없이 온갖 풍상을 겪으며 팔도를 떠돌아다녔다.
- 우리 땅에 대한 감동적인 보고서 / 이중환과 <택리지>에 대하여 - 서문
1. 사민총론 / 어진 법을 닦으면 사농공상이 다 하나다 2. 팔도총론 / 강과 산은 멀리 천 리 밖에서 만나고 3. 복거총론 / 어디가 살기 좋은 곳인가
- 총론 - 발문 - 옮긴이의 말
강과 산은 멀리 천 리 밖에서 만나고 (145 P)
제건이 섬에 홀로 남게 되자 동자 하나가 물속에서 솟아올라와 이렇게 말했다.
"용왕께서 뵙고자 합니다. 눈만 감고 계시면 저절로 당도할 것입니다."
제건이 그대로 따라 수부에 이르자 한 늙은이를 만났다. 늙은이가 말했다.
"이 늙은이가 이곳에 머문 지 이미 오래인데, 최근에 흰 용 하나가 나타나서 나의 굴을 빼앗으려 하오. 그래서 내일 맞붙어 싸우기로 했소. 그대가 활을 잘 쏘는 줄 알고 있으니 부디 나를 도와서 저 흰 용을 쏘아 주시오."
제건이 물었다.
"싸울 때 어느 쪽이 당신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내일 정오에 비바람이 치고 물결이 일면 그때가 싸우는 때요. 싸움이 심해지면 서로 등을 구부려 드러낼 텐데, 등이 푸른 것이 나고 흰 것이 그놈이오."
제건이 응낙하고 섬으로 나아가 살폈다. 이튿날 정오가 되자 과연 늙은이가 말한 대로 일이 벌어졌다. 제건이 섬 위에서 흰 용을 쏘아 맞추었다. 조금 뒤 하늘이 개고 파도가 가라앉더니 동자가 나와 다시 제건을 맞이하여 수부에 이르렀다. 늙은이가 한 소녀를 불러 아내로 삼게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