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인 대중 매체다. 그런데 다양한 이질적 요소들이 공존하는 문화 속에서 텔레비전은, 그것이 지닌 기술적. 사회적 편향성으로 인해 특정 요소를 더 부각시키거나 억압하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텔레비전이 어떤 편향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견되고 있는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대개 휴식과 오락의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시청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텔레비전에는 비평이 필요하다. 개별 프로그램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편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세밀히 분석하여 이를 시청자와 제작진들에게 보여줄 비평가가 필요하다.
이 책은 텔레비전 비평가들은 어떤 존재들이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비평할 때 그들이 염두에 두는 요소들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정준영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대중음악의 사회학적 일연구>로 석사학위를, <조선후기 신분변동과 청자존대법 체계의 변화>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만화 보기와 만화 읽기> 역서로 <사이버 에로스 : 탈산업시대의 육체와 욕망>,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등이 있다.
1. 텔리비전과 비평
2. 일상적 비평이 범하는 몇 가지 오해들
3. 비평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4. 텔레비전을 둘러싼 여러 환경 : 구조적 요인들
5. 텔레비전 매체의 특성
6. 방송사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7. 텔레비전의 제작자들
8. 비평의 한 사례 : <여인천하>
<여인천하>는 왜 여성의 역할을 부각시키는가
<여인천하>에서 여성의 역할이 부각되는 방식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배경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 사극의 전통 속에서 <여인천하>가 차지하는 위치, 또는 SBS가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 사극의 전통 속에서 <여인천하>를 차별화시키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여인천하>는 2000년에 방영된 MBC의 사극 <허준>에서 정점에 이른 사극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드라마다. <허준>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로는 남성적 영웅인 허준의 이야기와 전통적 여인이면서 나름대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예진 아씨의 이야기를 적절히 잘 융합시켰다는 점이 꼽힌다. 그 덕분에 <허준>은 남성 시청자와 여성 시청자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6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다.
반면 새로운 사극 붐을 일으키는 데 공헌했던 KBS는 <태조왕건>을 통해 남성적 사극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한 이 남성적 사극은 매회 40%를 넘는 시청률로 상당 기간 동안 시청률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등 나름대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적 사극이 성공을 거두려면 남성성을 강조할 수 있는 장치, 이를테면 전투 장면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물량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KBS가 남성적 사극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의 위치 덕분이기도 하다. 문경에 건립한 대규모 야외 세트나 수시로 터져나오는 전투 장면 등에 들어가는 제작비는 성공 보장이 없는 한 상업 방송사가 쉽게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남성적 사극을 지향했지만 그와 같은 물량 투입을 시도할 수 없었던 MBC <홍국영>의 참패가 이를 확인시켜준다. 물론 <홍국영>의 참패에는 홍국영이라는 캐릭터가 사극의 시청자들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고, 사극의 어설픈 현대화의 시도가 호소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원인도 있다. 하지만 남성적 사극을 지향하면서 기존의 남성적 사극에 익숙해 있는 시청자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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