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아, 너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헤어지면 누구 따라갈래?"
"형은?"
영민이는 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 말고 어머니하고 아버지 중에서 말이야."
영민이는 목이 메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형 따라가지 뭐."
"이런 바보. 만약 아버지한테 한 명, 어머니한테 한 명, 이렇게 하면 우리 둘이 떨어질지도 모르잖아."
교육문예창작회
이 책을 엮은 '교육문예창작회'는 1988년 문학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모여 문학을 통해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교육문예창작회는 그간 교과서에 실린 문학 제재에 대한 비판, 연구를 통하여 우린 어린이들의 삶을 바로 보고, 어린이가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삶의 동화'운동을 펼치며, 많은 작품을 써 왔습니다.
어린이들의 삶과 동떨어진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이와 함께 하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교육문예창작회는 노력해 왔습니다. 지금은 '숲속의 나라'로 이름을 새로 지어 어린이문학 읽고 비평하기, 동화와 소년소설을 창작하는 모임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1. 안녕, 떠돌이 시절
2. 하나님 고추
3. 나도 게임기 있다
4. 제비의 사춘기
5. 얼른질 덤터기 쓴 날
6. 희동이
7. 만길이의 짝 바꾸기
8. 머리띠
9. 아버지가 아닐까
10. 전학 온 아이
...
만길이의 짝 바꾸기 (101 P)
만길이는 아까 짝 바꾸기 시간을 떠올리고 다시 얼굴이 달아 올랐습니다. 오늘은 달마다 한 번씩 짝 바꾸는 날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여자들이 먼저 앉아 기다리고 남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짝을 찾아가 앉을 차례였습니다.
만길이는 지난번 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여자 짝은 만길이가 앉고 싶은 여자 친구가 따로 있었으니까요. 만길이는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키가 큽니다. 그리고 운동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돌 잘했습니다. 공부도 잘했으나 아파트가 많이 생기고 원래 살던 아이들보다 전학 온 아이들이 더 많아지자 성적은 이제 중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기는 여전합니다. 여자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운동 잘하는 아이가 더 좋은가 봅니다.
만길이는 이번 짝 바꾸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번에는 내숭 떨 필요 없이 보라 옆에 꼭 앉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남자 친구들! 함께 앉을 짝을 정했나요? 한 사람과 계속 앉는 것보다 새 친구들 사귈 수 있는 기회로 삼으세요. 비록 친하지 않더라도..."
만길이는 우물쭈물하다가는 보라 옆에 못 ？을까 봐 남자들 맨 앞쪽에 서서 선생님 말씀이 끝나길 기다렸습니다. 보라도 자기와 앉게 된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괭장히 좋았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남자들 쪽을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아마 누가 자기 짝이 될까 궁금한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