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이 지루해지면 학생들은 흔히 "선생님, 이야기해주세요." 소리를 자주하게 된다. 수업시간에 잠깐잠깐 들려주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청량제처럼 졸음을 쫓기도 하고 수업의 딱딱함으로부터 학생들을 잠시 해방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좋은 이야기는 여운이 남아 뭔가를 생각하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공부도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으로 흔히 머리를 싸맨다.
이 책은 교사나 학생들의 바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중·고교 국어교과에서 알아야 할 중요한 개념이나 내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게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일화나 생생한 체험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자 만들었다. 또 그럼으로써 국어란 시험보고 나면 금방 까먹어버리는 지식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 속에서 말과 글의 모습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실체라는 것을 학생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했다.
강혜원
이화여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금란여중 국어교사로 재직. 현재 <우리교육> 기자로 활동.
서계현
서울사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졸업. 신월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현재 자양고등학교에 재직 중.
박영신
건국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성신중학교, 자양고등학교 국어교사 역임.
[1] 소설과 삶의 진실
1. 야무진 한국 여자들 - 우리 소설의 여주인공
2. 똥통에 빠진 양반 - 박지원 소설의 양반 풍자
3. 벌거벗고 말타기 놀이하는 춘향과 몽룡 - 고전 속에 나타난 옛사람의 애정표현
4. 이빨 뽑힌 사람, 옷 벗긴 사람 - 설화의 소설화 과정
5. '내'가 귀신 처녀라면 - 소설의 시점
6. 한 방에서 자다가 벼룩에게 물린 두 사람 - 친일 작가 이광수
7. 두 개의 사랑이야기 - 이광수의 「사랑」과 황순원의 「소나기」
8. 찢어지게 가난한 삶 - 최서해의 빈궁문학
9. 혹부리 영감 염상섭 - 그의 문학과 삶
10. 장가는 가고 싶은데 갈 때는 안됐다고 - 소설의 갈등구조
11. 북치는 소년의 드럼 연주 - 문학작품은 사회의 반영
12. 강 건너 다시 만나리 - 분단문학
[2] 운율과 서정
1. 한마디 말에 담긴 많은 얘기들 - 시의 특성
2. 시는 체험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 시를 쓰는 마음
3. 천지신명을 움직이는 노래 - 향가의 세계
4. 귀신을 감동시킨 재주 - 최치원과 그의 문학
5. 남녀상열지사 엿보기 - 쌍화점, 만전춘의 세계
6. 정지상의 귀신에게 뺨을 맞은 김부식 - 천재를 질시한 수재
7. 바다 앞에 선 시인의 표정 - 정찰과 그의 시대
8. 남자를 농락하면서 한풀이를 한 여인 - 황진이와 송도삼절
9. 솔이 솔이라 하니 무슨 솔만 여기느냐 - 기생들의 시조와 민중문학
10. 절굿공이가 호적에 오르는 시대의 시 - 다산 정약용 外
[3] 체험과 다양한 표현
1. 왕을 감동시킨 배우 - 예술의 힘
2. 가장 오래된 책은 사람이었다 - 독서의 필요성
3. 썩은 달걀이 된 손오공 - 좋은 책을 읽자
4. 재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 이 한권의 책 「전태일 평전」
5. 사자가 나를 꺼내달라고 울부짖네 - 글의 주제
6. 하늘은 벽이 없거든 - 잊을 수 없는 영화 한 장면
7.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 희곡작가 김우진과 성악가 윤심덕
8. 글쓴이의 인품과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 - 수필의 특성
9. 술처럼 글도 익힐수록 제 맛이 난다 - 고쳐 쓰기
10. 한마디 말로 거인을 죽인 사내 - 말을 잘 한다는 것
11. 일곱 걸음 만에 시를 짓고 살아나다 - 글쓰기의 올바른 태도
[4] 언어와 인간
1. 침팬지를 훈련시키면 말을 할 수 있을까 - 인간 언어의 창조성
2. 일본인의 향가를 해독하다니 - 민족적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향가를 연구한 양주동
3. 신라인과 고구려인은 통역없이 대화할 수 있었을까 - 고대 세 나라의 언어
4. 왜 훈민정음을 만들었을까 - 한글 창제의 동기
5. 창문살을 보고 한글 글자를 만들었다고 - 한글 글자 창제의 원리와 과학 독창성
6. 왜 '기윽, 디?？ 시읏'이 아니고 '기역, 디귿, 시옷'일까 - 한글 자모의 이용
7. 성냥은 순 우리말일까 - 우리말의 어원
8. 왜 '늘근 사라미'처럼 적지 않고 '늙은 사람이'로 적는 걸까 - 국어 맞춤법
9. '동백꽃 아가씨'와 '춘희'와 '라 트라비아타'
10. 뒤틀리고 짓눌린 우리말
11. 전구와 불알 - 남과 북의 언어
12. 그는 왜 죽어갔는가 - 민족을 배우는 국어시간
남녀 상열지사 엿보기
우리는 문학사 시간에 고려시대의 노래들이 조선시대에 들어와 문자로 기록될 때에 남녀상열지사라 하여 제대로 채집, 기록되지 못하고 많이 유실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조선시대의 지배계급인 양반들의 세계관이 남성 중심적인 성리학적 윤리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남녀가 7세만 되면 같이 놀지 못하게 하고 여자는 문밖에 외출할 때 얼굴을 가려야 하고, 혹 남편이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떠났을 때에는 평생을 수절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등의 철저히 여성 억압적인 윤리규범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녀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고려시대의 많은 노래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아 기록에서 제외했던 모양이다.
남녀상열지사란 문자 그대로 남자 여자가 서로 사랑하고 기뻐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노래를 말한다. 그렇기에 어느 시대에나 있었을 것이고 또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고 잘 불리는 노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려시대의 남녀상열지사의 내용이 어느 정도였길래 기록에서 삭제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그런 남녀상열지사를 보거나 들을 수는 없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들은 조선초기에 이미 모두 삭제 되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