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사회에서 도입 문제를 놓고 한창 논의되고 있는 공창제는 서구에서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매매춘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된 시도들 가운데 가장 위험한 발상이자 정책이다. 이 제도는 매춘 여성으로 하여금 한번 매춘부로등록되면 평생 매춘부로 불리게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데, 매춘이란 평생 직업도 종일근무하는 직업도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매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동원되는 경찰과 행정관청의 통제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찍이 서구가 경험한 오욕의 매매춘 역사를 넘어설 수 없는가. 또 우리의 매매춘 역사를 자율적으로 구출할 수 없는가. 이 책은 서구 페미니스트 매매춘 반대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여성성의 규제와 매춘 여성의 억압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매매춘에 대한 우리의 위선적이고적대적인 태도와 생각이 바뀔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성숙
1961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이화자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서섹스 대학에서 영국여성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은 그에게 이방인으로서의 관찰자적 자유로움과 규정된 억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엄격한 '그 자신'이 될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현재 한양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여성민우회의 국제 네트워크 발전을 위해 국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섹슈얼리티와 여성에 대한 빅토리아기의 담론 형성> 에 담을 글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그가 준비해온 <영국 성병방지법과 매춘여성>,<영국 빅토리아기의 페미니스트 네트워크>,<잭 더 리퍼 : 여성은 왜 혼자 밤길을 다닐 수 없을까>,<여성사 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등의 논문에 나타난 젠더와 성의 역사에 대한 문제를 정리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1] 매매춘이 어때서?
1. 전속 매춘과 프리랜서 매춘의 차이
2. 매춘 여성의 정치력은 가능한가
[2] 조세핀 버틀러와 매춘 여성
1. 매매춘과 도덕성
2. 온정주의 매춘
[3] 매매춘은 자본주의의 결과인가 원인인가
1. 자본주의체제를 넘어선 매매춘
2. 매매춘의 근대성과 공창제
3. 강요된, 제한된 매춘의 역사
[6] 페미니스트는 매매춘이 필요없는 사회를 꿈꾼다
1. 매매춘이 추방 가능한가
2. 매매춘이 사라진 사회는?
매매춘이 어때서?
매매춘 논의는 매매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매매춘의 논의는 남성위주의 이중 규범을 확대 재생산해왔다. 매매춘은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것으로 승인되어온 반면 매매춘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대상이었다. 매매춘에 대한 이러한 이중 규범은 페미니스트 매매춘 이론에 의해 도전받게 되었다. 페미니스트들이 매매춘에 최초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였다. 좀더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매매춘의 논의는 1970년대 후반 이른바 급진주의 페미니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수 있다. 이는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페미니스트들의 연구 결과이기도 했다. 여성의 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연구가 페미니스트들로 하여금 매매춘과 매춘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했던 것이다.
전 세계의 많은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매매춘, 다시 말해 매춘 여성에 대한 여러 논문에서 나름대로 매매춘 이론을 제시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포스트구조주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다양한 목소리와 존재의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하위 주체, 즉 침묵하도록 강요받아온 매춘 여성들도 목소리를 낼 수있게 되었다.
매매춘 담론의 성격과 형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매춘이 아니라. '섹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매춘 여성들은 기존의 페미니스트 매매춘 이론이 매매춘에 대한 사회적 파트너를 바꾼다고 해서 매춘부로 간주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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