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지구화라는 이름 아래 세계 정치 경제 체제가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정한 가운데 새로운 세기를 살고 있다. 경제적 삶의 문제에서 근간이 되어온 경제학이 이토록 불완전하고 혼란스러운 것이라면, 후설이 말한 '엄밀한 과학'으로서 경제학을 재정립하기 위해 철학적 지혜에 귀를 기울이고, 경제에 대해 다시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상사를 다룬 온갖 책들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읽자는 것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여러 학문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질문과 틀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몇천 년 동안 경제사상사에 나타난 수많은 생각과 주장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따라서 그의 경제사상은 오늘날 근본적인 지적 모색의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경제사상사의 흐름을 일별할 혜안을 제시해줄 것이다.
홍기빈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정치 사회적 맥락은 무시한 채 분석 도구의 형식적 엄밀성에만 집착하는 주류 경제학에 진저리를 쳐, 뮤지컬을 작곡하는 등 총 연극회를 중심으로 각종 문화패 활동에 주력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전직 좌파들이 무더기로 문화이론, 방송, 영화, 연극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보자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해 다시 정치경제학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같은 대학 외교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정치경제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현재 토론토 요크 대학 정치학과에서 신 그람시 학파로 알려진 스티븐 길 교수와 함께 일본 자본주의 위기와 국제금융 체제의 변화 과정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장기적인 관심사는 지구화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서구 지배체제에 맞서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대체 세력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의 평화적인 경제 ?안보 체제 구축과 급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치 경제학에서의 이론적 혁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등이다.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1] 제1장 현대 경제학의 정의와 문제점
1. 현대경제학은 '경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2. 경제에 대한 정의의 문제점들
[2] 제2장 경제라는 말의 역사적 고찰
1. 경제라는 말의 역사
[3] 제3장 시장을 발명한 그리스인들
1. 헬레네의 자식들 - 가정경제, 폴리스, 행복한 삶
2. 민주주의와 시장의 발전
3. 소크라테스와 급진적 반동 - 다시 폴리스의 제단으로
[4] 제4장 아리스토텔레스와 인간의 경제
1. '행복한 삶'과 폴리스
2. 획득의 기술 1 - 집안 살림으로서의 경제
3. 획득의 기술 2 - 돈벌이로서의 경제
[5] 제5장 로빈슨 크루소의 세상
1. 국가의 성격과 개혁가들
2. 개인의 출현
3. 욕심의 긍정과 사회의 이익과의 조화
4. 희소성의 발견 또는 발명
[6] 제6장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예들, 반격을 시도하다
1. 중농주의자들과 애덤 스미스
2. 독일 역사학파
3. 마르크스
4. 베블린
5. 폴라니
6. 케인스
-맺은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헬레네의 자식들 - 가정경제, 폴리스, 행복한 삶
4대 강 유역과 지중해
그리스 문명의 지리적 환경의 특징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황하나 나일강 같은 큰 강 하류에서 발달한 고대 문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긴 강이 먼 곳에서부터 실어온 풍부한 퇴적물은 거름이 되어 땅은 비옥하고, 큰 강 어귀이므로 넓은 평야지대인데다 인구의 증가로 그 넓은 땅에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그런데 그 강은 때때로 홍수와 가뭄을 일으켜 변덕을 부리게 마련이고, 강이 크고 넓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면 피해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또 넓은 땅에 골고루 물을 대려면 물길도 제대로 내야 한다. 결국 이런 곳에서는 치수 관개 없이는 안정적인 삶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트랙터도 불도저도 없던 시절에 둑을 쌓고 물길을 내려면 숱한 사람들이 아주 철저하게 조직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더욱이 치수관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천문학, 역법, 토목학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인간 지식이 동원되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조건들은 그 지식과 기술을 독점한 왕/제사장이 많은 인구를 일사불란하게 조직하여 다스리는 중앙집권적인 제국을 낳기에 적합한 것이다.
한 해 농사가 끝나면 땅도 쉬고 사람도 쉰느 농한기가 오게 되지만, 일단 이렇게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제국이 나타나게 되면 땅은 쉬어도 사람은 쉴 수 없다. 무덤도 짓고 왕궁도 짓고 성벽도 쌓는 등 인력 동원이 상시화되게 마련이며, 그 다음에는 전쟁을 벌이고 다른 지역을 정복하여 한 없이 팽창하는 대규모 제국이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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