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고 있는가. '양심수' 출신의 '인권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지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저열하며, 이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와 문화 역시 온존하고 있다. 국내외의 비판 속에서 폐지될 전망이 보였던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전개된 여러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빨갱이 콤플렉스와 사상공포증이 일소되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횐느 과연 헌법 정신에 입각한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인가. 이 같은 물음을 전제로 이 책은 이 사회의 진보와 민주를 위해 법에 명시된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현실화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조국
1965년 부산 구덕산 끝자락에서 태어나 198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들어갔다. 법대 편집실 편집위원과 편집장 직을 지냈고 '모래시계 세대'이다. 1992년 울산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으나, 학부/대학원 시절의 인연과 활동이 문제가 되어 다음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덕분에 형사법 전공학자로서 형사절차의 전 과정을 '현장실습'하는 '행운'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의해 양심수로 선정하는 '영광'을 누렸다. 석방 후 미국으로 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학위 취득 후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리즈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현재는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조교수로 재직중이며, <'함정수사'의 위법성 기준고 ㅏ법적 효과에 대한 재검토>,<'매맞는 여성 증후군'이론의 형법적 함의>등의 학술논문과 국가보안법 등의 특별형법과 인권 관련 사안을 다룬 글들을 여러 편 발표했다.
- 책을 쓰게 된 동기
- 들어가는 말
[1] 제1장 준법서약제와 보안관찰처분의 지제
1. 들어가는 말
2. 사상전향제 - 준법서약제와 보안관철처분의 뿌리
3. 변형된 저강도 전향제 - 준법서약제와 보안관철처분의 결합
4. 결론
[2] 제2장 양심적 집총거부권
1. 양심적 집총거부를 둘러싼 문제
2. 양심적 집총거부권의 국제적 보장의 현재
3. 양심적 집총거부는 이단 종파의 교리?
4. 한국에서 양심적 집총거부권 실현을 위한 몇가지 점검 사안
5. 결론
[3] 제3장 빨갱이 콤플랙스와 사상을 표현/실현할 자유
1. 사상의 자유는 사회 진보의 필수조건이다
2. '빨갱이 귀신'에 사로잡힌 사상의 자유
3. 반체제 사상의 표명과 실천은 단순히 범죄로 처벌받아야 하는가?
4.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
5. 결론
[4] 제4장 국가보안법 총비판
1. 들어가는 말
2. 냉전과 독재를 위한 '프로크루테스의 침대'
3. 국가보안법 유지론 비판
4. 1999년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5. 결론
- 맺는말
- 주
-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양심적 집총거부를 둘러싼 문제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논의는 주로 현재는 폐지된 사회안전법에 따른 '전향' 및 '보안감호 처분'제도, 그리고 그 후신인 '준법서약서' 제도 및 보안관찰법에 따른 '보안관찰' 제도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장기 좌익수나 체제에 도전하는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전유물인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했다.
최근 수많은 여호와의 증인 Jehovah's Witnesses 신도들이 집청거부를 이유로 수형 생활을 하고 전과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양심의 자유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거 반공과 냉정 논리만이 허락되던 권위주의 체제에서 이단 종교에 빠진 '병역 기피자'라는 이중의 낙인 아래 외면되었던 양심적 집총거부자들의 인권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제1장에서 보았듯이, 양심의 자유는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로부터의 해방'을 포함하는데, 집총이라는 작위의무가 자신의 양심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 무조건 전자의 우월을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한 법학의 중요한 주제임과 동시에, 이 자유의 결핍으로 이해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당장 고통을 받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어 이 고통의 해소와 직접 관련된 실천적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이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고 이를 실현하다가 시련을 맞이한 이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희망하며, 나아가 이 땅에 시도 때도 없이 출현하는 '색깔론'의 망령이 사라지고 우리 사회의 진보와 민주를 위한 '백화제방 백가쟁명'이 실현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책의 주장이 모두 필요 없게 되어, 이 책이 창고에 처박히거나 폐지로 사용되는 시대가 하루 빨리 도래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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