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가장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는 현상이 바로 세계화이다. 그리고 세계화의 이념적 지주로 신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감지되는 경제 위기의 징후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세계화가 안고 있는 모순을 드러내준다.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득세는 이념 자체가 지닌 진리나 보편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주의의 역사적 패배에 편승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는 역사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이 책에는 수정주의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베른슈타인이 당시의 형식적이고 독단적인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실현시키는 방법을 현실의 발전선상에서 장밋빛 전망과 예언이 아닌 나날의 살아 있는 투쟁에서 찾고자 했던 노력이 나타나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하려 했던 기존의 사회주의적 대안들을 다시금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
1850년 1월 6일 베를린에서 출생하였다. 유대인 철도기관사의 아들로 사회주의사상을 접한 후 1872년 사회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스위스·영국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하였다. 마르크스주의의 대표적 이론가로 엥겔스, 카우츠키 등과 함께 활약하였다. 1878년 스위스의 취리히로 가서 독일사회민주당의 기관지 《노이에차이트》에 〈사회주의의 여러 문제〉(1896∼1897)를 집필하고, 또 〈사회주의의 전제(前提)와 사회민주당의 임무〉(1899)를 써서 마르크스주의의 수정을 시도, 당내 우파의 이론적 지도자가 되었다. 1901년 독일에 돌아와서 사회민주당 내 수정주의로서 자신의 이론의 정당함을 계속 주장하였고, 1902년에는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3차에 걸쳐 당선되었다.
그의 수정론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광범한 범위에 이르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사회혁명이 아니라, 의회주의의 입장에서 점진적인 사회주의의 실현을 제창한 점이다. 이 주장을 둘러싸고 카우츠키나 룩셈부르크 등을 상대로 이른바 수정주의 논쟁을 벌였는데, 그 영향은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러시아 기타의 사회주의자들에게까지 미쳤다.
1. 과학적 사회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2. 사회민주주의에서 수정주의의 의의
3.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4. 해제- 베른슈타인과 현대
- 옮기고 나서/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옮긴이에 대하여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외
여기 대중에게 내놓는 이 강연은, 1909년 4월 4일 암스테르담 수공업자 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 모임을 위해 했던 것이다. 이 모임은 암스테르담 대학교 법학부 학생회와 사회 연구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것이다. 그러나 청중은 순수 연구 집단만은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사회주의 노동 운동 진영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 또한 학생과 연구자들과 나란히 이 모임에 참석했다. 이 출판본은 강연의 속기록을 토대로 한 것으로, 그 속기록을 검토하고 다듬었다. 그러나 주요 부분에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나는 직접적인 연설 형식을 모두 고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연설 형식 대신 비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문장형식을 선호했다. 강연의 객관적인 성격을 독자들에게 가능한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같은 관점에서, 강연의 특정 부분에서 나온 청중의 반응과 강연이 끝났을 때의 정황을 적은 속기록의 메모는 생략했다. 강연의 각 장에서는 독자들이 좀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단락을 구분했다.
부록에서 독자들은 '사회민주당 강령의 이론 부분을 위한 원칙'을 보게 될 것인데, 이는 1909년 3월 말에 베를린근교의 샤를로텐부르크 지역 사회민주주의 선거 협회에서 수정주의 revisionismus와 사회민주주의 강령에 관해 했던 강연이다. 이 '원칙'은 내가 지지하는 수정주의 견해가 사회민주주의 강령에 지속적으로 충분한 기초를 제공해준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독일 사회민주당의 에르푸르트 강령의 이론 부분에서 내가 반대했던 부분들은 선동의 관점에서 보면 무용하고,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