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수펀의 작품 <나는 백치다>는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된 동화이다.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백치'라고 불리는 남자 아이다. 백치는 자신이 중학교 1학년 때 겪었던 일들을 악의 없이 천진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단순한 '즐거움'과 '두려움'밖에 없다. 그는 자신이 겪는 일에 대해 결코 괴로워하지도 않고, 선량하여 세상에 대한 적의를 품고 있지도 않다. 읽고 나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백치의 이야기에 누구를 원망하는 냄새라고는 전혀 없어, 오히려 더 깊이 반성하게 된다.
저자 ㅣ 왕수펀 국립타이완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신입생은 신기한 게 너무 많아> <2학년 손오공>을 비롯한 40여 권의 동화를 발표했고, <나는 백치다>로 '1997년 제10회 중화문학 아동상' '1997년 호서대가독 최우수 소년 아동도서상'을 수상하였다.
그림 ㅣ 김중석 김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제5회 보림 창작그림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라이트 형제> <연경이는 날마다 용감하다> 등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나는 백치다
언제나 즐거워
열심히 공부해야지
답을 모두 1번으로 적어
카네이션
절름발이한테 주세요
쓸모없는 종이
수학 보충 학습
불쌍한 아이
오토바이 사고
...
"여기 서서 가리켜야지, 앞으로 가면 안 돼." 하지만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림을 어떻게 가리킨단 말인가? 하지만 난 린자인이나 간호사가 화를 낼까 봐 입 밖으로 말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계속 고민하다가 위쪽을 가리켰다. 린자인은 기뻐했다. "드디어 알아들었구나." 사실은 아무렇게나 가리킨 것이었다. 그렇게 멀리 있는데, 내 손이 아주 긴 것도 아니고, 날더러 어떻게 가리키란 것일까. -p.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