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여자로 살아온 한 남자의 아름다운 비상!
세상을 뒤집어 보는 것이 대개는 잠깐의 장난으로 끝나지만 평생 거꾸로 매달려 사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꾸로 본 세상의 이야기이다. 거꾸로 사는 인생은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 겉으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가 힘든 어린시절, 드니즈는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아버지는 기계체조를 가르치며 남자아이처럼 대하고 어머니는 다소곳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내 천사라고 부르며 사랑을 듬뿍 쏟지만 드니즈는 천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고민한다.
천사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인간에게는 반드시 둘 중 하나를 강요한다. 그 강요에 의해 주인공의 몸과 마음은 남성 속의 여성, 여성 속의 남성이 싸우는 전쟁터가 되고 만다. 차차 주변에는 자신과 비슷한 존재도 적지 않다는 것도 발견하지만 전쟁에 시달린 심신이 편안히 쉴 곳은 결국 정신병원밖에 없다. 거꾸로 매달린 철봉에서 손만 놓으면 구름 속으로 훨훨 날아갈 것 같았던 천사의 꿈이 여지없이 박살난 것이다. 마흔 살이 되는 해에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주인공은 마침내 가게 점원으로 부터 "아저씨"란 소리를 듣고 감격한다. 주인공이 "아저씨"라고 거침없이 불러주는 점원 앞에서 감격하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독자는 당혹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거저 주어지는 호칭이 그에게는 40년간의 처절한 전쟁 끝에 얻은 전리품이란 것을 짐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엘 샤틀레
1944년 10월 16일 출생. 소르본느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전공, 철학자 프랑수아 샤틀레의 미망인이자 프랑스 전 총리 리오넬 조스팽의 여동생으로 대통령 선거 때 조스팽 후보 진영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파리 문인협회 공동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파리 제5대학(소르본느) 인문대학에서 대학원 전문석사과정(DESS)의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여러 문학상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는 <입들의 이야기> <짧은 사닥다리> <푸른 옷을 입은 여인>등이 있다.
천사 날다 (44 ~ 45 P)
우리는 함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고등학교 입학을 말이다. 입학을 준비하면서 의사 선생님과 엄마 사이에 있었던 공모에 대한 역겨운 감정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예야, 엄마랑 얘기 좀 하자."
엄마는 내 방문을 반쯤 열고 한쪽 팔에 옷을 걸친 채 세상에서 가장 짤막한 한 마디를 뱉었다. 나는 또다시 신경이 곤두선다. 혹시 조금이라도 배가 아프지 않은지 물어보던 그때의 어조와 똑같다. 매주 똑같은 질문을 하면서도 참으로 난처해하는 어조.
"무슨 일인데요?"
"네가 이것을 좀 입어봤으면 하는데..."
나는 엄마를 따라 다락방으로 갔다. 우리 집에서는 작업실이라고 부르는데 바느질일을 하는 장소다. 엄마가 내게 무엇인가를 내미는데 나는 그게 뭔지 모르겠다. 자세히 보니 치마다. 엄마와 치마, 이 둘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내 목에서 튀어나가는 목소리가 이미 갈라져 있었다.
"그런데... 제가 이걸 입는 건 아니죠?"
그러자 더더욱 갈라진 엄마의 음성이 뒤따른다.
"아냐, 맞아. 네가 입을 옷이야. 고등학교 가면 입어야지. 고등학교에서는 치마 입는게 의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