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책마을 시리즈 세 번째 권인 <서서 자는 말>은,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 사실들을 실제대로 혹은 지난 시대의 배경을 통하거나 우화 형식을 빌어 그려내고 있다.
"늦게 오신 비님" "지렁이들의 천국" "선녀님의 슬픈 결혼" 등은 공해 문제를 다루고 있고, "잃어버린 눈물"은 자연 훼손을, 또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하도록 한 "돈으로 차린 밥상" 등의 동화와, 분단의 아픔을 그린 "귀머거리 하느님", 가난하지만 의로운 순경 이야기 "노래하는 자전거" 등 다양한 주제의 동화들이 담겨 있다.
"서서 자는 말"은 말들의 자랑 대회를 통해, 인간의 심성을 비판하고 말이 서서 자게 된 유래를 설화식으로 꾸며 재미와 의미를 아우르는 동화로 작품성을 잘 살렸다.
이 책은 그동안 현실과 동화가 갖는 괴리성을 극복하고 환경 문제와 배타적 이기주의 등으로 어지럽혀진 세태를 비판하여 도덕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이들이 반드시 읽고 음미해봐야 할 책이다.
조평규
194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진주 교육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월간 문학 신인 작품상에 소년 소설이 당선되었고 한국 아동 문학상, 경남 아동 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낸 책으로는 [토란잎 우산],[황새야 억새야],[붕어 결혼식] 등이 있으며 현재 사천시 대방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계속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1.어린이에게 주는 글
2.사카린 소동
3.화장지와 미영이
4.기적 소리
5.노래하는 자전거
6.할아버지 만세
7.할아버지와 늙은 소
8.돈으로 차린 밥상
9.이상한 알약
10.콩 팔러 가신 어머니
11.귀머거리 하느님
12.며느리의 효성
13.의암의 울음
14.선녀님의 슬픈 결혼
15.지렁이들의 천국
16.서서 자는 말
17.잃어 버린 얼굴
18.무덤 가에 핀 꽃
19.입원실의 침대
20.붕어 결혼식
-지은이의말
콩 팔러 가신 어머니
"순호야, 맨밥만 먹지 말고 감자 조림도 먹어."
형이 포도알 같은 감자 조림을 동생 앞으로 내밀었다. 조림을 한 지 며칠 되었는지, 감자 껍질이 이빨 없는 할머니 얼굴처럼 쪼글쪼글해 있었다.
"싫어. 매일매일 짠 감자 조림."
"그렇지만 어쩌니? 여름엔 음식이 쉬 상하는데. 더욱이 어머니도 안 계시고...."
형은 말끝을 흐리고 얼굴을 숙였다. 어린 동생한테 괜한 소릴 했다는 후회가 가슴 깊숙히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순호야, 어른 먹어. 그릇 씻게. 아버지가 집 깨끗이 해 놓으라고 하셨어."
형은 동생이 어머니 생각에 젖어 들까 봐 말머리를 돌렸다.
"형, 집 깨끗이 치워 놓으면 아버지 일찍 와?"
"글쎄, 일직 오실지 그건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