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자와 관련 산업은 생명공학으로 식량을 증산하여 배고픈 인구의 고통을 덜어주고, 장차 증가하는 인구도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거나 생명 복제 방법으로 이식 가능한 세포조직이나 장기를 생산하여 불치병과 난치병을 발본색원할 것이며, 인류의 꿈인 수명 연장을 실현할 것이라 장담한다.
또한 멸종 위기종을 복제하거나 오염 제거 능력을 향상된 생물종을 개발하여 생태계와 환경을 복원할 것이며, 자원과 에너지 고갈 시대를 극복할 것이라 선전한다.
그러나 이 책은 후손의 눈높이에서 생명공학이 던질 불평등 문제에 접근한다. 일부 부유한 자본과 계층의 한시적 이익을 위해 후손의 생명과 생태계가 소외되고 교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전자 조작과 생명 복제 측면에서, 불평등과 차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될 자본과 권력으로 인한 불평등 문제를 유전 정보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박병상
1957년 강화 출생. 인하대학교 생물학과 졸업. 저서로는 1999년 환경에세이 모음집 <굴뚝새 한 마리가 GNP에 미치는 영향>과 2000년 생명공학의 위험과 비윤리성을 고발한 글모음 <파우스트의 선택>등이 있다.
[1] 제1장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불평등
1. 생태계 교란으로 마감할 유전자 조작의 필요충분 조건
2. 가면 속의 유전자 조작
3. 누구를 위한 유전자 조작인가
4. 소결
[2] 제2장 생명 복제로 인한 불평등
1. 생명 복제의 어두운 표정들
2. 복제 연구의 구명선 윤리
3. 생태계 보전은 작문 영역이 아니다
4. 성과 젠더도 자본 마음대로
[3] 제3장 유전 정보로 인한 불평등
1. 유전자 사유화의 감시
2. 유전자 다양성 감소와 그 후
3. 소결
가면 속의 유전자 조작
명칭을 놓고 유전자 변형을 주장하는 농림부와 유전자 재조합을 고집하는 식약청의 대립에 한 술 더 떠 식약청의 GMO표시 연구회 위원 가운데 한 생명공학자는 '유전자 조작' 대신 '분자 육종'을 제안했고, 이에 뒤질세라 같은 위원회 위원인 기업 관계자는 '유전자 개선'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참석한 위원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보편적으로 사용해 왔던 '유전자 조작'은 당장 용도 폐기해야 할 급진적 용어로 취급당해 '조작' 용어에 익숙한 시민 단체 위원들은 말조심해야 했다. 용어야 어떻든 그것은 다른 생물종의 유전자를 대상 생물종의 유전자에 삽입하는 기술인 것이다. 다만 어느 연구 기관에서 어떤 목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판매 및 유포하는 가에 따라 대상 생물종과 유전자가 달라질 뿐이다.
유전자 조작은 종자를 양적으로 집중 개발하는 농업 자본이 단연 주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각종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료 자본의 질적인 환경오염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목적의 유전자 조작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다양한 목적으로 연구되는 유전자 조작들을 살펴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