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창작동화로 선보인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성인용도서.
이혼한 엄마와 사는 마르, 부모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란 소희, 어릴 때 엄마 잃은 충격으로 말을 하지않는 바우 세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아이들이 부모를 이해하고 서로를 알게 되면서 상처를 극복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였다.
이금이
1962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결혼 후 청원에서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1984년 새벗 문학상에 <영구랑 흑구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1985년에는 소년중앙 문학상에 <봉삼아저씨>가, 1987년에는 계몽사 아동문학상에 장편 <가슴에서 자라는 나무>가 당선되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가슴에서 자라는 나무』『목장에서 부는 꽃바람』『밤티마을 큰돌이네』『지붕 위의 내 이빨』등이 있다.
송진헌 (그림)
1962년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났으며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린 책으로는『아주 특별한 우리 형』『괭이부리말 아이들』『너도 하늘말나리야』『성냥팔이 소녀』『너하고 안 놀아』『휠체어를 타는 친구』『머피와 두칠이』등이 있다.
[1] 미르 이야기
1. 달밭의 느티나무
2. 바우 아빠
3. 달밭의 아이들
4. 새봄을 알리는 눈
5. 말하지 않는 아이, 바우
[2] 소희 이야기
1.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아주 작은 예의
2. 바우네 집엔 겨울에도 밝고
3. 따뜻한 햇볕만 들어와서 춥지 않았다
4. 겨우내 들이 꾼 꿈 중에서 가장 예쁜 꿈
5. 마음 속에 진주를 키우기로 했다
6. 울고 싶은 아이를 때리다
7. 산에는 찔레꽃이 눈부시게 피어났다
8. 용서할 수 없는 건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4] 너도 하늘말나리야
1. 아빠와 엄마
2. 꽃바구니에 대한 오해
3. 그 날 밤
4. 느티나무의 마음자리
5. 너도 하늘말나리야
말하지 않는 아이, 바우
어제 오후에 흩날리던 눈은 나뭇가지에, 지붕에, 땅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늘은 맑았고, 영원히 얼굴을 보여 줄 것 같지 않던 해가 볕살을 환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엄마는 계절은 속일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컴퓨터를 쓰러 들어온 엄마가 봄기운 좀 흘러 들어 오라고 창문을 열었다.
"참 신기하지? 아직 새순 하나 없는데도 봄기운이 세상 사득 퍼지는 게 느껴지니까 말야. 미르야, 마당 화단에 무슨 꽃씨 뿌릴까? 봉숭아는 꼭 심어야지. 우리, 올 여름엔 봉숭아 꽃물 꼭 들이자."
봉숭아 꽃물이 번지듯 엄마 얼굴이 발그레했다. 엄만 어디까지 모르는 척하고 참고 봐주려는 걸까? 미르는 그게 더 싫었다. 엄마가 야단치거나 화를 내면 마구 대들고, 마음껏 소리치며 울고, 그리고 나면 좀 괜찮아질 것 같은데 엄마는 미르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젠 엄마에게 심통부리는 일조차 맥이 빠져 버리는 기분이었다.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커튼의 분홍색 꽃무늬가 엄마 등에 아로새겨졌다.
"추워 죽겠는데 봄은 무슨 봄이야?"
벌떡 일어나 창문을 소리나게 닫던 미르의 눈길이 창밖에서 멈추었다. 소희랑 바우가 나란히 진료소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무엇인가 한 아름씩 안고들 있었다. 둘의 얼굴에도 환한 햇살이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