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로 베네데티 -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다른 시간으로부터 오는 듯한, 언제나 과거 시제로 말하는 듯한 그의 연주를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어떤 기다림, 미래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표현되는 듯한 리히터의 최근 연주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굴드가 현재 시제로 연주하는 이 방식은 결정적인 빛을 던져 주어, 입술에 순진함이라는 낡고 해어진 말, 천사라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일상의 과육이 해체되는 이 순간, 푸가의 골격에서 찾아지는 그런 힘. 그가 건반 위로 쓰러질 듯 몸을 숙인 모습을 보면, 그는 마치 자신과 음악 사이에 더 이상 피아노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며 피아노 속에 자신을 폐지시키고 융해시켜 버리려는 것 같다. '피아노 앞에 앉은 글렌 굴드'가 아니고,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인 것이다.
미셸 슈나이더
1988년 부터 1991년까지 프랑스 문화성의 음악. 무용 부서를 지휘, 감독. 1980년 이루로 여러 편의 소설, 수필을 발효함.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는 1988년 갈리마르사에서 발간되어 이듬해 FEMINA VACARESCO상을 받은,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에 대한 전기물이다.
1. 아리아
2. 아리아
3. 마지막 시기
4. 인벤션
5. 말들과 음들 사이에서
6. 피아노의 병
- 참고 문헌
- 역자 후기
아리아
그 다음 그는 사방에서 찾고 발견했다. 고함 소리로 가득 찬, 철책을 두른 운동장에서조차 그는 이처럼 빈 장소를 찾아내곤 했다. 그가 일찍이 발견한 이 유일한 사랑의 형태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장소. 미지수가 제로가 되는 길고 무용한 방정식을 풀려고 애쓰듯이 끈질긴 생각들을 엮었다 풀었다 하면서, 종종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사고를 그저 따라가다가 등심초 위에서 머뭇거리는 기중기의 낮은 비상이 때론 스벨링크의 엄격한 <<환상곡>>의 제2 주제보다 더 큰 정밀도를 지녔음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가끔 어머니는 그의 단 하나 소망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여 놀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녀는 이미 한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의 유일한 결심은 매끈한 삶과의 관계들을 조금씩 떨쳐 버리고 긴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음들과 형태, 관계, 보이지 않는 세계가 든 가방만을 챙겨들고 떠나는 여행을, 그는 도시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전원주택과 그 침묵, 세상의 끝에 매달려 시벨리우스의 음악처럼 아무 데도 없는 곳을 이야기하는 그 하잘것 없는 외관을 더 좋아했다. 그곳에서 겨울이고 여름이고 그는 혼자 자신의 피아노 치커링앞에 앉아 '무한'을 물으며 연주를 반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