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우리 나라에서도 도시가 가진 문화의 힘이 시민을 문화적 인간으로 양육하는 페테르부르크와 같은 곳이 하나쯤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이 도시의 역사가 러시아사 300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우리 역사와 정신세계의 형성에도 깊이 영향을 주었던 만큼, 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짧은 도시 인상기가 독자들에게 러시아라는 한 도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이 될 것이다.
저자 - 방일권 -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학술원 러시아역사연구소에서 <19세기 후반 러시아 교회와 초등교육>에 관한 논문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이 국제 마카리기념재단의 2001년 국제 학술공모에서 선정되어 러시아 총대주교 알렉세이 2세로부터 상을 받은 바 있다.
유럽을 향한 창
제국의 빛과 그림자
영웅의 도시
사람 좋아 보이는 작은 배에 올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자고 부탁한다. 에르미타쉬 박물관 앞 네바 연안에 늘어 서 있는 아름다운 역사적 건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화려한 미감은 특히 한여름 백야 기간 동안에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어우러지는데 러시아가 탄생시킨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기억된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언급하는 것으로도 이미 페테르부르크는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지구 최북단 도시 중 하나인 페테르부르크가 종일토록 해를 보는 날은 통계적으로 1년에 30일 남짓인 반면 종일 폭설이 쏟아지는 날은 그 두 배인 61일이다. 그나마 햇빛 찬란한 날들의 2/3 이상은 5월부터 8월 초의 여름 기간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여름에는 태양이, 겨울에는 눈이 대지를 밝힌다."는 러시아 속담은 이 도시에서는 더더욱 진리가 된다. -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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