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씁쓸해진 그날은 내 열한 번째 생일날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로 아스팔트의 물을 튕기며 달려가는 나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왜 내가 직접 아빠에게 달려가 우산을 건네주지 못하는 걸까?'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아빠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나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엄마도 아빠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혹시 나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 나나가 발길을 돌려 우산을 든 채로 되돌아왔고, 아빠는 비에 젖은 채 찻길로 향했다.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 나나는 우산을 내밀며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우산 빌려 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한다고 필요 없대." '그런 말이었구나...' 우리는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두 번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쩐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씁쓸해진 그날은 내 열한 번째 생일날이었다.
스에요시 아키코 1942년 요코하마 출생. 소녀시절을 누마즈 시에서 보냈으며, 아동도서의 편집자를 거쳐 창작활동에 들어갔다. 장편동화로 <별로 돌아간 소녀>로 일본아동문학가협회 및 일본아동문예협회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림책으로는 <타츠군 놀자!> 시리즈로 산케이 아동 출판 문학상을 수상. 주요 작품으로는 <아미아미 인형의 모험> <괴수가 된 소녀> <안개 내리는 방> <교환 일기로 마법을 걸다> 등이 있다.
정효찬 (그림)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경북대학교 '미술의 이해'. 한양대학교 '유쾌한 이노베이션'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백설공주를 죽이시오>가 있다.
1. 어느 날 문득, 노란 아기 코끼리가 다가왔다 2. 어른들은 장어덮밥을 좋아해! 3. 아기 돼지 누나와 오토바이 아저씨 4. 사랑은 비를 타고 떠난다 5. 피망머리를 한 '생각하는 사람' 6. 굿바이, 노란 아기 코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