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가 태동하는 현장에서 근대의 기원을 고찰한 책. 정확히 백년 전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근대적 주체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새로운 주체 구성을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을 바탕으로 탐구했다.
고미숙
1960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19세기 시조의 예술적인 의미> <18세기에서 20세기초 한국 시가사의 구도> <비평기계>등이 있다.
001. 책을 쓰게 된 동기...(6)
002. 들어가는 말...(10)
제1장. 민족 또는 새로운 초월자의 출현...(17)
1. 민족에 대한 원초적 질문, 두서너 가지...(19)
2. 민족, 그 신성한 기호의 출현...(28)
3. 한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가...(61)
4. 결론 - 최면술, 기억, 달라이라마...(74)
제2장. 여성은 어떻게 국민이 되었나...(79)
1. 범람하는 성, 가부장제 페미니즘?...(81)
2. "동방견문록" "고려사"를 보면...(84)
3. 근대 계몽기와 여성의 발견...(86)
4. 여성이 국민이 되려면?...(95)
5. 섹슈얼리티에 관한 유쾌한 상상...(121)
제3장. 병리학과 기독교 - 근대적 신체의 탄생...(127)
1. 근대의 성소들 - 목욕탕, 병원, 교회...(129)
2. 병리학의 도래와 근대...(133)
3. 기독교의 병리학적 구조...(151)
4. 에필로그 - "간장선생"에 대한 단상...(164)
003. 맺는 말 - 기차와 인터넷...(168)
004. 주...(173)
005. 더 읽어야 할 자료들...(178)
한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가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 '한'은 분명 20세기 초반에 산물이다. 한이 무엇이던가? 그것은 슬픔과 비극을 넘어 생과 사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드는 자들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비탄, 한마디로 비애의 극한, 슬픔의 절대적 경지 같은 것 아니던가? 그런데 한번 잘 따져보자. 조선왕조 5백 년간 전쟁은 단두 번뿐이었다. 그것도 병자호란의 경우, 초전에 깨졌기 때문에 전쟁의 직접적 피해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겪었다. 결국 전쟁의 참화를 겪은 것은 임진왜란이 전부였던 셈이다. 그리고 조선을 지배한 성리학은 유학 가운데서도 가장 현세적인 사유체계이다. 죽음 또는 생의 이면에 대한 탐구는 가능한 한 배제하는 담론이라는 뜻이다. 상층에서는 당쟁이, 하층에서는 민란이 지속적으로 일어났지만, 이것 역시 150년간에 걸친 전국시대를 겪은 일본이나 끊임없이 이민족의 침입에 시달리고 왕조 교체가 무시로 일어난 중국에 비해 볼 때 그 파장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그럼 대체 한을 어떻게 체험해야 하는가?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고전문학에서 비극을 체험하기란 정말 어렵다. 아니, 해피엔딩이 아닌 소설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통속적 대중물인 '영웅소설'은 천편일률로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고, 사회적 갈등이 두드러진 '판소리계 소설' 역시 결말은 모두 한바탕 신명풀이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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