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도서상 수상작! 새엄마의 출현으로 빚어지는 아홉 살짜리 남자 아이의 좌충우돌 동심의 세계. 이해심과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 따뜻한 동화.
베베르는 마치 성 같기도 하고 미로 같기도 한 아주 커다란 집에 살고 있어요. 놀랍게도 베베르는 그 집의 마흔두 번째 아이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가족들 앞에서 또 결혼을 선포하셨어요! 베베르는 새엄마가 아기를 낳을까 봐 걱정이 되었죠. 그래서 베베르는 새엄마가 아기를 낳지 못하도록 이상한 작전을 펴기 시작한답니다. 캐나다 작가 뒤셴이 들려 주는 이 이야기 속에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동심과 가족간의 풋풋한 사랑이 잘 담겨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뒤셴
194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쓰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뒤셴은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스무 살 때부터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짧은 이야기, 소설, 텔레비전 프로그램 대본, 희곡, 영화 시나리오, 공연 대본, 작사, 번역 등 다양한 글을 썼다. 1990년에는 『클라라 빅의 강아지』로 앨빈 벨릴 상과 캐나다 총독 상을 수상했고, 1992년에는 『클라라 빅의 이상한 여행과 비비차』로 크리스티 도서상과 IBBY 상을, 『빅토르』로 캐나다 총독 상을 받았다. 1995년에 안데르센 상 수상 후보자로까지 오르기도 했던 뒤셴은 『빅토르』, 『베르톨과 뤼크레스』, 『말을 기르는 목동』, 『예언자 신부님에게 생긴 일』,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 박사』 등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지금도 몬트리올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색 눈을 가진 여인이 바로 최악의 일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아주 예쁘게 생겼는데,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웃음을 터뜨려서 베베르의 아빠가 좀 조심하지 않으면 웃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 여인은 아빠의 팔에 안겨, 여섯 사람분의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식당에는 특별한 날의 식사, 일요일과 같은 좋은 메뉴, 자기로 된 그릇들, 레이스가 달린 냅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베베르는 두 누나들에게 눈빛으로 물었어요. 하지만 누나들은 자기들보다 겨우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 이 여인을 관찰하기에, 즉 다시 말하면 치마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머리칼은 어떤 색깔인지, 치아는 하얀지 등을 평가하기에 바빠 베베르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비숑 아줌마도 오늘 오후 때만큼이나 말이 없습니다. 비숑 아줌마도 속으로 이 여자의 치마가 좋은 천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머리칼은 염색한 게 아닌지, 치아는 가짜 치아가 아닌지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베베르의 아빠는 모두들 숨이 막힐 정도로 재미있어 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습니다.
세 가지 케이크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나온 후에 살구마멀레이드가 나왔을 때였습니다. 베베르의 아빠가 숟가락을 든 채 멈추고는, 가장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했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 그리고 귀염둥이 베베르, 그리고 비숑 아줌마, 오늘 저녁에 나는 여기 있는 플라비 양과 곧 결혼할 것임을 발표합니다. 플라비 양은 내 삶의 꿈이고 내 마음의 기쁨이랍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또 결혼하다니! 아빠는 결코 결혼하는 걸 멈추지 않으실 건가 봐!'
베베르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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