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설계된 벤담의 원형감옥 파놉티콘은 중앙의 감시 공간을 어둡게 처리하여 죄수로 하여금 스스로 규율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고, 점차 규율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든다.파놉티콘의 이러한 원리에 주목한 푸코는 1960년대부터 부상한 전자 감시에 대한 우려 속에서, 파놉티콘에 구현된 감시의 원리가 사회 전반으로 스며들면서 규율 사회의 기본 원리인 파놉티시즘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드러내 밝혔다.감옥과 교도소는 물론이요 일상 공간에 만연해 있는 CCTV나 몰래카메라, 사이버공간에서의 감시와 역감시 현상이 모두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은 벤담이 설계한 파놉티콘에 구현된 감시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만연되어 있는 전자 감시의 프라이버시 침해 그리고 감시의 역학관계를 뒤집는 역감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홍성욱
1984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해에 문을 연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사를 공부했다. 1986년 방문학생 자격으로 토론토 대학으로 건너가 학위논문을 쓰고 1994년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생산력과 문화로서의 과학기술>,<네트워크혁명>(근간),<남성의 과학을 넘어서>,<2001 싸이버스페이스 오디쎄이>를 공동 편집했다.
- 책을 쓰게 된 동기
- 들어가는 말
1. 제1장 계몽의 빛에서 푸코의 규율 권력과 감시의 시선으로
2. 제2장 벤담의 파놉티콘
3. 제3장 공장의 파놉티콘:감시의 시선에서 정보와 기록으로
4. 제4장 전자.정보 파놉티콘과 작업장 감시
5. 제5장 역감시와 시놉티콘, 역파놉티콘
6. 제6장 감시 사회와 프라이버시-현재와 미래
무엇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은 권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는 은밀하게 우리도 잘 모르는 사이에 침해받고 있다. 멤버들끼리 서로 잘 알고 있는 인터넷 소모임을 하나 상정해보자. 이 모임에 신입회원이 들어왔는데,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시콜콜하게 알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한다면, 이 신입회원은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회원들은 이 신입회원이 숨어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모임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파놉티콘의 간수는 아닐지라도, 스토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벤담의 파놉티콘에서 프라이버시가 있는 사람은 파놉티콘의 간수뿐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 적어도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자신들만의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행위는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친구에 대해서만 알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들은 자신이 수강 신청한 교수의 과목에 대해서는 물론 교수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 특히 그 교수의 수업에 대한 과거 학생들의 평가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의 실수로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교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과거가 현재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과거의 전력을 감추고 싶어 할 수 있다. 비슷한 이치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고용하는 맞벌이 부부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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