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대체로 표정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화려한 간판이 내걸리지만 그것이 뿌듯한 즐거움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볼거리는 많아졌지만 눈길이 머물 만한 대상이 없는 것이 우리의 도시 경관이다. 이렇듯 급속하게 진행된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물리적 공간으로서 도시는 생활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만을 위해 획일적으로 도구화되어왔다. 딱딱한 도시 경관에 사람 냄새가 나는 옷을 입히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과밀 인구를 교외로 분산시키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나와 남을 구획 짓는 담장을 없애고 내 마당의 나무와 정원을 이웃과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도시가 진정 그러한 소통을 북돋는 장이 될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그러한 물음에 대한 탐구이다. 나아가 도시 자체가 삶의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미이어가 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찬호
1962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해서 공과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고등학교 때 시에 심취하면서 인문학적인 세계게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10.26사태에서 80년대 신군부 쿠데타에 이르는 정치적인 격변기를 지나오면서 사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신학 쪽으로도 시야를 넓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기독학생운동에도 참여했다.
공동체애 대한 관심은 석사논문에서 집약되었다.
저서로 <작은인간>,<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사회를 보는 논리>라는 책을 펴냈다.
- 들어가는 말
1. 제1장 왜 공간을 말하는가
2. 제2장 도시의 질적 전환을 위하여
3. 제3장 마을 만들기의 발생과 전개:일본을 중심으로
4. 제4장 녹색도시로 가는 길
5. 제5장 커뮤니티 디자인의 문화 전략
- 맺는 말
- 주
- 더 읽어야 할 자료들
도시는 미디어다
1. 물리적 공간의 부족
대도시일수록 주변에 다른 도시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싼값으로 땅을 확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운 좋게 바다를 끼고 있는 주변을 매립하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대개는 학교나 병원 같은 대규모 공공 시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남은 땅이 아니고서는 넓은 토지를 구할 수가 없다.
결국 기존의 시가지를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 그 경우 땅의 소유자 그리고 거기에 살거나 영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권리 관계가 복자하게 얽혀들게 마련이다.
2. 자연 자원 및 재원의 한계
토목이나 건축 산업은 막대한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산업이 배출하는 폐기물도 엄청나다. 그런데 지금 그 두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자연은 임계치에 이르고 있다.
콘크리트와 모래와 나무가 고갈되어가고, 건축 폐자재를 버리거나 처리할 공간이 없다.재원도 바닥이 나고 있다. 이는 특히 일본에서 심각한데, 공공 사업의 남발과 관료제의 비효율성과 부패로 국가 및 지방 재정이 파탄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계획하고 사업을 벌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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