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명작
크리스틴이 좋아하던 몸에 스며드는 듯한 미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시간이 늦지 않도록 서둘러 묘지를 나설 때 문득 눈앞에 펼쳐진 하늘을 보니 성채와 같은 구름이...
A.J. 크로닌 (1896~1981)
1896년 7월 19일 스코틀랜드에서 출생하였다.
1925년 고학으로 글라스고우 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31년 <모자집의 성>으로 문단에 데뷔해
1941년 『천국의 열쇠』 출간하였다.
1981년 1월 몽트뢰에서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품으로는 『성채』『천국의 열쇠』『결혼의 조건』『인생의 도상에서』등이 있다.
1. 현실과 이상
2. 사랑과 고독
현실과 이상
그들이 앤드루를 향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는 조용히 그리고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답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단 한 번 그는 강조하여 말한 것이 있었다.
"웨일스 말을 할 줄 아시나요?"
체킨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집스런 광부가 질문을 했다.
"모르는데요."
앤드루가 말했다.
"전 겔어를 쓰는 곳에서 자라났습니다."
"그 말은 여기서 별로 쓸모가 없겠군요!"
"아뇨, 쓸모가 대단하죠. 환자에게 제멋대로 말할 때는 말입니다."
앤드루가 냉랭하게 받아넘기자 첸킨을 비웃는 웃음소리가 와아, 하고 터져나왔다. 결국 면접은 끝났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닥터 맨슨."
오웬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작은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나머지 지원자들이 들어오는 걸 바라보았다. 에드워즈가 마지막으로 면접을 받았다. 그가 방에서 나왔을 때 그의 표정은 '미안합니다, 여러분. 이 곳 일자리는 내 것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루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참 뒤에 위원회실 문이 열리더니 자욱하게 낀 담배 연기 속에서 서기인 오웬이 종이 쪽지 한 장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눈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잠시 후 시선이 앤드루에게 멈추어 섰다. 그의 표정은 환하게 빛났다.
"이리 와 주세요, 닥터 맨슨. 위원들이 다시 한 번 선생님과 면접하고 싶다고 하는군요."
앤드루의 입술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갈비대 밑에 있는 심장이 크게 고동쳤다. 그는 서기의 뒤를 따라 위원실로 들어갔다. 그럴 리가 없다. 위원들이 자기에게 흥미를 가질 이유가 있겠는가 말이다. 먼저번 처럼 그는 피고석에 앉았다. 그러나 이번엔 위원들이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격려하는 인사를 했다. 그러나 루에린 박사만이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위원회의 대표인 오웬이 설명을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