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도 볼수 없는 독특한 구성의 <해냄 클라이시커 50 시리즈>철학가
각 철학가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흥미진진한 50편의 글, 철학가들의 삶의 여정과 흔적을 보여중는 화보300컷,각 철학가들의 사상과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연표, 국내에 출간된 철학가들의 저서들들과 그들의 발자취를 찾을수 있는 탐방지 소개, 철학가들의 사상적 가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요약 평가, 철학가 50인의 삶과 사상을 통해 세계 철학사를 총정리한 이 책은 다채로운 철학적 사유들을 한데 모아 인류 이성의 역사를 정리한다.
에드문트 야코비
1948년에 태어나 튀빙엔 대학, 파리 대락,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을 공부했으며 마르크스와 헤겔의 관계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앗다. 그후 프랑크루르트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출판사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바이마르 고전주의의 정치적 사유에 대한 논문 외에 여러 권으 저서를 펴냈다.
애서가의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은 해바라기처럼 주인의 낙점을 기다린다. 대부분 ‘시대정신’이 그 낙점을 좌우하지만, 어떤 작품들은 ‘시대정신’을 뛰어넘어 더 긴 생명력을 가질 때도 있다. 독일의 문학평론가 요아힘 숄이 골라낸 50편의 소설이 그런 경우다. 이 노련한 조타수는 독자들이 쓸데없이 허방을 짚지 않도록 20세기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소설들로 정확하게 다가간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스틸 사진 300여 컷은 이 문자텍스트를 보다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보너스이기도 하다.
<< 소설 원작 영화스틸 수록 >>
각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당연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에피소드가 이 책을 끌어당기는 첫 번째 매력이다. “처음에는 적당한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 원고가 퇴짜맞은 사연에 얽힌 일화만 해도 책 몇 권 분량은 될 것이다.
그러다가 1913년 11월14일 출간하게 되는데, 그 인쇄비마저도 프루스트는 자비로 충당해야만 했다”(29쪽·<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0쪽에 걸쳐서 4만 단어나 되는 문장을 마침표나 쉼표 하나 없이 혼잣말로 늘어놓는다.”(42쪽·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이런 뒷이야기들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독자는 시나브로 “원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에 빠져든다.
조지프 콘래드의 ‘로드 짐’,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너무 ‘고전’같은 느낌이라면, 최근의 작품을 향해 항해하는 것도 좋겠다. 한두 달 전 번역본이 나온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은 현대 미국의 자본주의에서 가족이 얼마나 허망한 기반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뼈 속 깊히 각인시킨다.
“차고 자동차 안에 가프의 아내 헬렌이 앉아 있다. 그녀는 밀회를 끝내길 거부하는 젊은 애인과 절교하려고 한다. 그 때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자신의 차로 돌아오던 가프는 그 차와 충돌한다. 이 사고로 한 아들이 숨지고, 또 한 아들은 실명하고, 가프 자신은 턱뼈가 부러진다. 그런데 헬렌은 이빨로 깨문 애인의 성기를 입에 물고 있다.”(239쪽)
또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이론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이야기로 들려줘야 한다”(250쪽)는 작가의 인식 덕분에 탄생했음을 넌지시 들려주고 있다.
<< 서구권 문학 위주 아쉬움 >>
아쉬운 점은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제외하면 비 서구권 문학이 단 한 편도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 문화적 선진국임을 자부하는 서구 문단에서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이렇다 할 작품이 거의 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요아힘 숄도 “단 50편의 작품선정에 일치를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인도, 호주의 문학애호가들에게는 용서를 구해야겠다”고 했다.
‘클라시커’(Klassiker)는 최고의 예술가, 대가, 명작을 뜻하는 독일어. 게르슈텐베르크 출판사는 ‘현대소설’ 이외에도 지금까지 신화, 영화, 오페라, 회화 등을 주제로 교양총서를 펴냈다.
<< 삶의 값 찾아 사유는 계속된다 >> [국민일보 / 이영미기자]
두차례의 세계 대전과 대량 학살,환경 파괴. 근대가 찬미한 인간 이성은 지난 세기 무엇을 만들어냈는가. 과학이 인간을 신천지로 이끌것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근대화를 이끈 이성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더불어 사유와 모색의 학문으로서 철학의 효용 역시 의심받게 됐다. 하지만 인간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 미셸 푸코(1926∼1984)의 주장이 인간 자체가 아닌,근대적 인간의 해체를 의미하듯 철학에 대한 회의 역시 현대 문명을 잉태한 근대 철학에 대한 반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BC 600년경)에서 하버마스(1929∼)까지 철학의 역사를 되짚은 에드몬트 야코비의 ‘철학가’(해냄출판사)는 그런 의미에서 철학 무용론에 대한 하나의 반론으로 읽을 수 있다. 저자는 현대 철학이 직명한 혼란스런 논쟁에서 잠시 빠져나와 옛 철학가들의 치열한 삶과 사상을 정리함으로써 ‘시대와 대결해 고민하고 해답을 구한다’는 철학 본연의 자세를 되새기고자 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영원한 탐구자들,위대한 철학가 50』이란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가 50명을 선별해 이들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했다. 망라된 철학가들은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아우구스티누스,토마스 아퀴나스,마키아벨리,베이컨,로크,라이프니츠,흄,쇼펜하우어,하이데거,사르트르,한나 아렌트 등. 인물 중심이긴 하나 삶은 ‘생애와 저서’ 등 별도 박스로 정리했고,본문은 개별 사상가의 시대사적,철학사적 의미를 조명하는데 집중했다.
인류사를 대표하는 철학가의 이론을 한 사람당 서너쪽의 짧은 글에 제대로 정리했을까. 그러나 학문적 사투리 대신 통용 가능한 일상어를 사용해 개별 사상가의 철학사적 의의를 단순,명쾌하게 짚어낸 글은 독자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소크라테스에 이르러 일어난 도덕의 내면화(인간 각자가 선이 무엇인지 결정한다)가 윤리적 사유의 출발이었다든지,목적에 가장 적합한 수단을 선택해 행동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목적합리적 행위론’이 중세적 사유에 대한 최초의 결별 선언이었다는 식의 정리는 난마처럼 얽힌 논쟁을 이해하는 훌륭한 지침이 된다. 저자가 모든 것을 방정식으로 환원시키는 현대 과학과 플라톤 철학의 유사성을 설명하면서 플라톤 철학의 현대성 혹은 현대 자연과학의 플라톤적 사유에 대해 해설하는 순간,수천년전 그리스 철학은 21세기 독자 앞에 성큼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철저하게 서구 철학사를 뼈대로 삼았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겠다. 공자와 붓다,아랍의 철학자 아베로에스(1126∼1198)를 끼워넣긴 했지만 구색맞추기의 혐의가 짙다. 아베로에스가 목록에 포함된 것은 그가 중세 유럽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널리 전파시킨 인물이기 때문인 듯하다. 붓다의 세계 인식을 ‘모든 것은 흐른다’고 했던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와 비교하는 등 공자와 붓다의 경우에도 서구 철학사와의 연관성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이 세명의 철학적 ‘변방’을 제외하면 책은 철저하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돼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의 신학을 지나 데카르트,칸트,헤겔,니체를 거쳐 현대의 해체주의에 이르는 서양 철학사의 주류를 따라가는데 충실하다.
<< 서구 대표소설 50편 길잡이 >> [중앙일보 / 편집부]
20세기 서구 소설의 대표작 50편을 추천하면서 작품 해설과 관련 일화, 작가 소개를 담은 유용한 독서 안내서다.
각종 사진을 비롯해 국내 출간 도서 목록, 관련 영화에서부터 외국의 기념관 정보까지 충실히 담고 있다.
다루는 작품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더글러스 쿠플랜드의 'X세대',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등 다양하다.
작가들의 일화를 다룬 대목이 흥미진진하며 작품에 대한 20자 내외의 압축 서평도 재미있다. 한마디로 책장에 꼽아두고 싶은 책. 저자는 언론인 출신의 문학평론가다.
<< '클라시커 50' 시리즈를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 >>
책을 만들어온 공력은 아직 일천하지만, 감히 내 삶을 떨리게 한 책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편집자로서 자기 안에 품었던 책 중 어느 책인들 각별하지 않을까마는 이 책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 각별함에 별 다섯 개를 주고도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꽃다운 청춘의 여름 한철을 한방에 날려버린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는 시리즈물 작업 과정에 대해 톡톡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 시리즈는 독일 게르스텐베르크 출판사의 <50 Klassiker>를 번역 계약한 책이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영화, 신화, 커플 세 권 원고가 떨어졌다. 크라운 변형판 정도의 크기, 각 권 300페이지를 넘는 분량, 거기다 4도 칼라로 된 독일어 번역서.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부터 답답해졌다. 문제는 편집 과정상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이번 원고들이 시리즈 첫 타자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전체 꼴을 만들어내는 일과 그외의 부수적인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평소 나의 필살기이자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무식함도 세 원고들 앞에서는 힘을 못 썼다. 여우 같은 지략과 곰 같은 우직함이 동시에 필요한 작업이었으니까.
각종 자료와 특이한 요소들이 유난히 많은 책이라 텍스트 이외의 자료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런 점을 잘 살피지 못한 탓에 진행하는 동안 점점 스케줄은 엉키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교정의 각 단계마다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작업 내용을 정하고 힘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을, 작업을 끝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시리즈의 운명을 결정할 제목과, 시리즈의 전체 체제를 잡는 일이 더 높고 험한 산이 버티고 있었으니. 제목은 특히나 많은 사람들의 진을 뺐다. 우리에게 낯선 독일어 '클라시커'로 갈 것인지, 대중들의 즐거운 책 읽기를 표방한 만큼 의미 파악이 쉬운 우리 나라 말로 해야 할지, 멋있는 다른 외국어로 해야 할지 좀체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의 브랜드네이밍 사이트에서부터 라틴어 사전까지 다 뒤져도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외래어로 갈 것이라면 원제를 살리자는 생각에 클라시커 50이란 제목을 시리즈명으로 결정했다. 과연 그 이름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이후 이 시리즈의 행보를 좀더 살펴보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기존 우리 시장에 나와 있던 총서나 시리즈물과 달리 이 책은 내용이나 외형 면에서는 단행본의 성격이 강하지만, 디자인이나 구성 면에서는 시리즈물의 통일성을 강하게 풍긴다. 그런 만큼 디자인이나, 표지 구성이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각 권마다 부제와 카피를 뽑고, 유명 인사들에게 추천사를 받는 선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이제 나에게도 서광이, 으악……' 본문 작업이 다 마무리되어 한숨 돌리려는데 또다른 복병이 있었다. 홍보물! 12면, 8면짜리 리플렛과 포스터, 그리고 광고. 그간의 기억을 더듬으며 홍보물까지 완성하고, 언론에 돌리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시리즈물이라고 해서 거기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각 권의 특성을 좀더 부각시키고, 대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작업을 통해 알게 된 점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그저 힘껏 품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그러면 자신이든 알이든 뭐 하나는 깨질 수도 있다―힘을 조절해 가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하나의 완성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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