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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이 고기는 먹지 마라 - 육식 터부의 문화사 [절판] : Eat Not This Flesh |
|   1961년에 처음 출간되면서 고전이라는 칭송을 받은 이 책은 특정한 종류의 육류를 먹는 데 관한 터부들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탐구한 최초의 책이었다. 프레데릭 J. 시문스의 연구는 이런 종류의 책 중에서 음식 기피 현상의 기원 및 확산 과정을 재구성하는 유일한 시도이며 또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서양식 설명들에 대해 도전장을 내미는 것으로서, 지금도 여전히 독창적이고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육류 식품-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와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을 포함하는-이 활용되거나 기피되는 현상을 검토하면서 새로운 연구들을 종합한다. 시문스는 서구인들이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너무 조급하게 질병과 환경요인에 대한 현대의 견해들을 인용하여 특정 문화가 특정 종류의 육류를 왜 기피하는지에 관한 설명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한다. 시문스는 성급한 그런 설명들이 역사적이고 고고학적인 증거에 인해 지지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증해 보였다. 그는 근동 지방에서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의 기원을 검토하고 인도에서의 신성한 암소 개념과 쇠고기 식용 금지 조치에 대해 조사하며, 일부 아프리카 여성들이 불임이 될까 봐 겁을 내어 닭고기와 달걀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음식 금기를 해명할 수 있는 단일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지만 시문스는 제례적인 순수성과 건강 및 행복의 유지라는 강력하고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세가 식사 습관의 근저에 깔려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그런 범위 전체에 걸치는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식사 유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류 문화의 맥락 속에서 종교적, 도덕적, 위생학적. 생태학적, 경제적 요인들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을 강조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태평양 지역에서의 음식 기피 현상을 조명하는 지도와 도표, 사진들은 책 전체에 걸쳐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 |
 저자 - 프레데릭 J. 시문스
- 오스틴 대학의 지리학 부교수이며, 캘리포니아―데이비스 대학의 지리학 명예교수이다. 1950년대 에티오피아에서 연구가 진행된 박사학위 논문이 끝난 뒤 시문스는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를 널리 여행했다. 그는 『인도의 제례 황소: 자연, 문화, 역사 속의 미탄』의 저자이며, 위스콘신 대학 출판부에서 『중국의 음식: 문화적, 역사적 탐구』, 『북서 에티오피아: 종족과 경제』를 출간했다.
역자 - 김병화
- 서울대학교 고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철학과 대학원을 수료하였다. 주요 역서로는「증언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회상록Testimony: the Memories of Dmitri Shostakovich」「카루소Caruso」「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Joys and sorrows: reflections」등이 있다. |
 1장 서론
동물성 식품의 영양학적 중요성
전 역사에서 나타나는 동물성 식품의 부족 현상과 동물적 식품에 대한 갈망
채식주의자의 육류 식품 거부
특정 종류의 동물성 식품 거부 현상
2장 돼지고기
근동과 지중해 지역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
그리스와 로마외의 유럽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이란과 아시아 대륙
동아시아의 돼지 사육 중심지
인도 아대륙
동남아시아
태평양 지역
돼지고기 기피의 기원과 확산
힌두교도, 무슬림, 유대인들이 돼지고기를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기이한 노력
3장 쇠고기
쇠고기 금지의 중심지, 인도
동남아시아
티베트, 몽고, 동아시아
근동 지방과 지중해 지역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쇠고기 기피 현상의 기원과 확산
5장 말고기
이란과 아시아 대륙, 그리고 그 접경 지역
남부와 동부, 동남아시아
근동 지방과 아프리카
유럽
기독교와 말고기 식용 관습의 쇠퇴
말고기 식용을 재활성화시키려는 시도
말고기 식용 기피의 기원
6장 낙타고기
근동 및 인근 지역
낙타고기 기피 현상의 근원
7장 개고기
개가 가축화된 동기는 그 고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개 도살과 개고기 식용에 대한 서구인들의 반응
구세계 여러 지역의 개고기 식용
개고기 반대 감정의 근원
8장 생선
배경
아프리카의 생선 기피 현상
서남아시아의 그리스, 로마
이란, 투르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불교 및 어업과 생선 먹기에 대한 반대의 확산
결론
9장 결론
육류 음식의 금기는 일차적으로 경제적, 영양학적, 건강상의 관심에서 발원하는가?
육류 식품 기피 현상과 관련된 감정의 정도
육류 음식 규제의 위반에 대한 집단적 제재
육류 식품 금지 규정이 준수되는 여러 가지 방식
고기 분배의 불평등성
육류 식품에 대한 집단 금기의 기원
육류 식품에 관련된 것들을 포함하는 음식 방식의 변화에 내포된 요인들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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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복자가 먹는 고기 피지배자는 안먹어” >> [조선일보 / 김태훈 기자] | | 모든 생명체는 양분을 섭취해서 생명을 유지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의 일차적인 의미는 이처럼 생명유지에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문화를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으로서의 음식’이라는 주제를 ‘육식에 대한 다양한 터부(금기)의 실제 사례와 그 근원 밝히기’를 통해 접근한다. 그러한 주장과 접근방식이 별반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근거로서 제시하고 있는 매우 방대한 사례들이다.
이 책의 편제는 매우 간단하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 등 7개 대상을 정하고 각 대상에 한 장(章)씩 할애해 육류별 타부의 실태와 근원을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육식 기피의 첫 장과 둘째 장을 각각 돼지고기와 쇠고기에 할애했다. 먼저 돼지고기 기피가 이슬람 율법에서 비롯됐다는 상식을 교정하고, 기원 수천년 전부터 존재해온 다양한 돼지고기 기피의 사례를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정복자 힉소스인들이 돼지의 표상으로서 세트라는 신을 옹호하자 피지배자로서 힉소스인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이집트인들이 돼지마저 미워하게 됐다는 근거가 제시된다. 아무것이나, 심지어 인간의 배설물 또는 시신마저 먹는 돼지들의 잡식성 식습관도 일부 지역에서 돼지고기 기피현상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돼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해 ‘다른 어떤 것’이라 표현했던 유대 경전 탈무드의 사례도 소개한다.
쇠고기를 기피하는 이유도 지역마다 다르다. 인도에서는 무엇보다 살생을 금하는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의 교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소가 한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징하는 경제적 요인과 밀접하게 관계된다. 중국의 농부들은 집안의 일꾼인 황소와 친밀한 감정으로 맺어져 있어 소를 죽이기를 싫어한다. 이 같은 경향은 특정 직업인을 싫어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돼 나타나기도 하는데, 중국과 한국에서 백정이 천민으로 멸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1961년 처음 발표된 후 몇 차례의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개고기’를 다룬 장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국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 개고기 식용을 정부차원에서 금했던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관료조차 뒷골목에서 보신탕 집을 찾았던 사례를 재빠르게 포함하고 있다. 반면, ‘쇠고기’편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메이지유신 이후 쇠고기를 먹는 것이 일본의 새로운 미래 지향의 상징이 됐다’고 후하게 평하면서도 ‘현대의 한국에서도 황소는 너무 귀중한 동물이므로 식용 목적으로 도살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여전히 가난한 농업국가로 한국을 인식하는 등 교정이 필요한 부분들도 눈에 띈다. | | << 문화코드가 맞아야 돼지고기도 먹는다 >> [중앙일보 / 강인식 기자] | | 인도인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슬람과 유대교는 돼지를 경멸한다. 개고기는 침샘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거부감을 느끼게도 한다. 이렇듯 육류에 대한 금기 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에 대해 서구 학계는 ''똑 떨어지는'' 가설을 내놓는다. 가령 중동에서 광범위하게 돼지고기가 금기시 된 것은 경제적 이유가 크다는 것이다. 돼지는 고기 이외에는 나올 것이 없다. 돼지는 사람과 비슷한 것을 먹는다.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돼지 사육은 사치가 된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쌓여 금기 문화가 탄생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프레데릭 시문스는 이러한 단선적인 해석에 반기를 든다. 시문스는 각 지역의 광범위한 자료와 고고학적 연구까지 동원해 돼지.소.말.개 등 일곱가지 육류에 대한 금기문화를 추적해 나간다.
우선 돼지 사육이 ''사치''였다는 말은 옳지 않다. 제주도의 똥돼지를 보라. 인간에게 쓰레기밖에 될 수 없는 것을 훌륭한 단백질로 바꿔놓고 있지 않은가. 널리 알려진 마빈 해리스의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는 경제적.생태학적 설명으로 다양한 현상을 일렬로 세울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급함이 음식 문화를 더욱 난해한 수수께끼로 만들어 버렸다.
육류 금기 문화에는 물질로는 설명될 수 없는 종교 논리가 깊게 깔려 있다. 유목민이었던 이슬람교도와 유대인들은 정착민들이 선호한 돼지에 대해 뿌리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다른 종족과 자신들을 구별하고자 하는 민족적.종교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다.
인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힌두교는 불교와 이슬람교라는 라이벌과 생존경쟁을 해왔다. 불교와는 살생을 금지하는 종교적 순수성을 놓고 겨뤄야 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 문화를 가진 영국의 침략을 받으면서 힌두교의 핵심 교리인 ''신성한 암소''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화됐다. 한 집단이 긴 역사를 통해 형성한 문화만큼이나 육류 금기도 복잡한 문제다.
이 책의 목적과 상관없이 독자는 나름의 풍성한 후식거리를 마련할 수 있다. 육류 금기 문화가 나름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양성''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남긴다. 각 문화에서 금기 육류를 먹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은 지배와 일탈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인간 행동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인문과학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다. | | << 동아프리카선 왜 달걀을 꺼릴까 >> [동아일보 / 전승훈 기자] | | 동부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들은 유럽인 여행자가 달걀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여행자가 쓰레기를 먹고 있는 듯한 역겨움을 느낀다. 에티오피아의 무슬림들은 낙타고기를 중요한 음식으로 여기는 반면 고원지대에 사는 기독교 신자들은 낙타고기를 불결하다고 먹지 않는다. ‘혀가 없는 물고기를 죽이는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는데, 이는 물고기가 도움이나 자비를 청할 수단이 전혀 없는 불쌍한 존재라는 의미다.
이 책에서 저자는 30년간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 아시아 등을 여행하며 각 민족이 갖고 있는 특정 육류에 대한 금기들을 역사적이고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탐구했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대표적인 일곱 가지 육류 식품(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와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을 일부 지역에서 기피해온 현상의 기원을 찾는다.
그는 특정 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관련해 종교와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코드를 찾아낸다. “인도에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소를 농업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는 식의 경제학적이고 영양학적인 관점의 기존 서양식 해설에는 오류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도의 쇠고기 거부는 자이나교와 불교의 ‘불(不) 살생’ 개념에서 기원했는데, 11세기 무슬림 침입 이후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경쟁하는 사이에서 ‘신성한 암소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풀이한다. | | << 스위스·독일서도 개고기 먹었다 >> [서울신문 / 김종면 기자] | | 기원 전 450년대 무렵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집트인들은 대부분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1년에 한번씩 달과 오시리스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에만 돼지를 제물로 바치고 그 고기를 먹었다. 돼지는 지극히 불결한 동물로 간주됐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이 어쩌다 돼지와 몸이 스치기라도 하면 나일강으로 곧장 달려가 옷을 입은 채 물에 뛰어들어 몸을 씻었다고 한다. 돼지 치는 사람과 접촉하는 것조차 더러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성서의 ‘레위기’ 또한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간주하고 그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고기는 먹지 마라? 육식 터부의 문화사’(프레데릭 J 시문스 지음, 김병화 옮김, 돌베개 펴냄)는 돼지고기ㆍ쇠고기ㆍ닭고기와 달걀ㆍ말고기ㆍ낙타고기ㆍ개고기ㆍ생선 등 대표적인 육류 식품들이 어떻게 수용돼 왔는가를 역사·문화적인 관점에서 살핀다. 저자(텍사스오스틴대 지리학 교수)는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육식 터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힌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 특히 암소를 신성시한다. 일찍이 황소는 남성 신의 상징이었고 암소는 지모여신의 상징이었다. 간디는 ‘암소를 섬기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암소를 숭배하는 문제에 관해선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다. 암소를 보호하는 것은 힌두교가 세계에 준 선물이며 인간의 진화에서 가장 훌륭한 현상이다. …암소를 보호하는 힌두교가 있는 한 힌두교는 살아남을 것이다.” 힌두교도들은 모두 쇠고기를 먹지 않을까. 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하층 카스트, 특히 하리잔(불가촉천민) 계급에선 힌두교도 일반의 관습과는 달리 쇠고기를 먹는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또한 소를 숭배하지만 우유와 소의 피, 쇠고기를 주식으로 한다.
책은 식용으로서의 개에 대해서도 적잖은 지면을 할애한다. 서구인들은 개의 도살과 식용에 대해 크게 반발한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는 관습은 과거 미국의 인디언들 사이에선 아주 흔한 것이었다. 20세기 초까지 만해도 스위스와 독일에선 개고기가 식용으로 활용됐다.
중국의 광둥인들은 “찐빵은 개를 무서워하고 개는 광둥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고기를 잘 먹는 사람들로 유명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사하라 사막 이남에선 대체로 개고기를 먹지만 에티오피아 종족들은 불결한 것으로 여겨 혐오한다.
음식문화의 금기는 이처럼 다양하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런 금기를 해명할 수 있는 단일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컨대 각 지역과 문화, 시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음식 습성은 경제, 환경, 종교, 관습, 신분제도, 전통 등 실로 다양한 맥락에서 접근하고 이해해야 할 문제다. | | << 고기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해부 >> [경향신문 / 조장래 기자] | | 한 사회의 먹을거리를 바꾸는 가장 값싸고도 확실한 방법은 그 음식을 ‘터부’(taboo·금기)로 만드는 것이다. 종교가 뒷받침된다면 효과 만점이다. 부모에 의해 자연스레 되물림되므로 따로 교육할 필요가 없고, 세뇌의 강도도 세다. 구차하게 설득하거나 과학적 이유를 나열하지 않아도 된다. 간명한 메시지만 있으면 그만이다. ‘개고기 식용 불가’ ‘돼지고기 섭취 금지’.
이 책은 전세계 육식금기의 기원과 전파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위생적 혹은 생태적 이유로 육식금기가 생겼다는 일반적 관념과 주장을 무장해제한다. 저자 프레데릭 시문스는 인류의 대표적 육류식품인 돼지, 소, 닭, 말, 낙타, 개, 생선에 얽힌 육식 터부의 역사를 개체별로 조명한다.
역사적 사실에다 인류학적 해석, 다원주의적 관점을 접목했다. 시대·종교·인종·부족에 따른 식문화의 고유성과 상대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방대한 육식금기의 문화사 앞에 한국의 개고기 논란은 참으로 하찮고 덧없어 보인다.
육식금기를 단선적으로 설명할 방도란 없다. 그저 쉽게 구할 수 있고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이 될 수는 없다. 환경, 종교, 관습, 신분제도가 여기에 끼어든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궁합이 맞지 않으면 그 음식은 퇴출이다. 한 문화집단이 위(胃)로서가 아니라 일단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그 음식은 공동체의 진정한 먹을거리가 된다.
중동지역에서의 돼지고기 기피만 하더라도 원인은 중첩돼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종교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갖가지 가설이 있는데, 학자들은 제각기 위생, 환경, 생태, 신앙적 측면들을 거론하다.
인도에서 쇠고기를 멀리하는 이유는 소가 농경에 이용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마빈 해리스 같은 인류학자들은 설명한다. 반면 저자는 더 근본적으로 종교 자체의 논리 속에서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성한 암소라는 개념이 최초로 나온 것은 서력 기원이 시작될 무렵 기록된 베다 문헌에서이며 브라만들은 서서히 신성한 암소라는 개념을 고집했고, 이 개념은 기원후 한두 세기를 거치면서 현대와 같은 유형으로 발전했다.”(156쪽)
육류금기가 성별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알로르섬에서는 남자들이 고기를 분배한다. 여성에게는 일정 부분 식단에 제한이 가해진다. 이런 분배체계가 남성의 사회내 특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인구를 조절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콩고 지역의 은공고족은 여성들에게 어떤 가축의 고기도 먹지 못하게 한다.
음식은 단지 몸안에서 소화되는 대상이 아니라 섭취자를 변화시키는 매개체라는 믿음이 사람들 의식에 음으로든 양으로든 깔려 있다. 마사이족의 대추장이 젖과 꿀, 불에 그을린 산양의 간 외에 다른 것을 먹지 않는 것은 점치는 능력이나 주술의 효험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너의 본질은 네가 먹는 음식’이라는 원시사회의 믿음은 종교인류학의 명작으로 꼽히는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 잘 설명돼 있다.
음식 금기에는 나름의 탄력도 있다. 시대에 따라 해석이 변하고 적절한 위반에 눈을 감기도 한다. 중동 국가에서 외국인에게 돼지고기가 들어간 햄이나 베이컨을 팔면서도 ‘앵무새 고기’라고 거짓 설명을 함으로써 체면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는 식문화 체계의 통합성을 유지하고 음식 이데올로기를 지켜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할 수 있다. | | << '육류 금기' 단선적 비판말라 >> [세계일보 / 박종현 기자] | | 열렬한 동물애호가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잊을 만하면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비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보신탕 애호가들은 물론 일부 채식주의자들까지 나서 그녀의 단선적인 문화우월주의를 질타하며 잘못을 지적했다. 하지만 육체파 배우에서 동물애호가로 변신한 그녀의 달갑지 않은 비판은 여전했다. 한국인이 육식을 즐기더라도 보신탕만 먹지 않았다면 그녀의 한국 문화에 대한 비판은 멈췄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육식은 되어도 개고기만은 안 된다는 주장은 자신의 문화적 테두리에 기반을 둔 단견일 따름이다. 이 때문에 몇몇 비평가들의 주장에 따라 수백년 혹은 수천년 동안 내려온 음식문화가 변할 리는 만무하다. 칠십이 넘은 뒤에도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모습을 보인 그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마침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지리학 부교수인 프레데릭 J. 시문스의 ‘이 고기는 먹지마라?’(김병화 옮김)는 육류 식품에 대한 금기 현상을 역사 문화적인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정 고기를 먹는 데 대한 터부을 분석하기 위해 개고기를 비롯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와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생선이 인류에게 이용되거나 기피돼 온 현상을 추적하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은 특정 육류에 대한 터부 문화가 특정한 종교나 문화와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상식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결론은 육류 식품을 비롯한 식사 습관이 인류문화의 맥락 속에서 종교적, 도덕적, 위생학적, 생태학적, 경제적 요인들 간에 이뤄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육류 문화 논란이 있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개고기에 대한 시문스의 견해를 따라가 보자. 인류의 개에 대한 감정은 인간의 친구라는 이미지와 불결한 동물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개는 인간과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시체를 먹는 등 불결한 식습관을 가진 동물이기도 했다.
물론 개의 ‘불결성’이라는 개념은 뚜렷한 물질적 근거 위에서 확정된 것이 아니라, 종교 및 이데올로기와 밀접히 관련된 지극히 인위적이고 자의적인 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시문스는 개가 애당초 가축화된 것은 사냥 용도와 인간과의 친화력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짐작과는 달리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과 중국은 물론 하와이 제도, 시베리아, 동남아시아 등 광대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개고기 식용문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인도의 소고기 기피증을 풀어내는 견해도 흥미롭다. 시문스는 소고기 거부감은 단순히 인도의 자연 환경이나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종교 문화적인 현상이 개입됐다고 분석한다. 소고기 기피증은 불교와 힌두교가 종교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던 경쟁 속에서 힌두교도가 자신들을 주변 종족들과 확실하게 구별하려고 한 의도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는 유대인들과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금기시한 이유와 동일하다.
한편 유목민들은 낙타를 선호하면서도 낙타고기를 먹으면서 유목민의 후손임을 드러내고 있으며, 비유목민은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정착 농경 종족임을 드러낸다. 이처럼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관찰되는 음식 습성은 다양한 맥락에서 접근할 때만 이해할 수 있다는 지은이의 견해는 설득력을 가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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