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지은이는 미술사적인 지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보다 자기 체험으로 접근한다. 그림은 지은이의 체험에 불을 지피고, 지은이는 내밀한 체험으로 그림의 의미를 발효시킨다. 가슴 아린 체험과의 따뜻한 교접으로 빚어진, 그림의 드넓은 의미망은 지은이의 삶을 되비추이며 동시에 그림의 마음을 열어주고, 다시 독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여기서 찾아진다. 즉 독자가 지은이의 그림 이야기를 ‘통해서’, ‘내 인생의 그림 이야기’를 하게 해주는 것이다.
지은이ㅣ조정육 문학에 대한 갈망과 글쓰기에 대한 열망 때문에 대학시절 불문과를 택했다. 그러나 그때 얻은 것은 삶에 대한 절망과 아득함뿐이었다. 내내 고통 스러웠다. 졸업 후, 영원히 작은 도시에서 파묻혀 살고 싶었지만 그 도시에는 미술사학과가 없어 홍익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려한 모란을 보는 슬픔 내 속에 든 비구니 백자고무신 오뎅 장수의 노하우 수박 껍질을 주워 먹는 아이들 눈뜬 당달봉사 달밤에 부른 선구자 흰 머리카락과 검은 머리카락 ......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굴원과 오카카라 덴신 냇가에서 1 냇가에서 2 42년만의 해후 아침밥
조선시대 문인들과 이 시대 문인들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무 엇일까? 나는 그것을 '여유'라 생각한다. 관직에 있을 때라도 가 끔씩 시간을 내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어렸을 때부터 하 도 많이 읽어 닳고 닳은 때묻은 서책. 그 책 속의 내용들은 거의 다 외우고 있어서 새삼 들춰볼 필요도 없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 슴 뿌듯한 책들 그리고 장식이라곤 거의 없는 왼쪽 벽에 걸려 있 는 그림. 조부 때부터 그 자리에 걸려 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 내 자식도 그 그림을 감상하리라.- p.13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