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또한 감동받았던 독일 시민계급의 영혼의 이야기! 고향과 타향, 북국과 남국, 시민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싹튼 원초적 갈등을 4대에 걸쳐 형상화한 20세기 독일 문학의 정전 ㅡ 바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다.
토마스 만(1875~1955)
<20세기 초반의 가장 위대한 독일 소설가>로 지칭되는 토마스 만은 북독일의 유서 깊은 도시 뤼벡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형 하인리히 만, 아들 클라우스 만도 작가였으며 아버지가 사망하자 집안이 파산, 몰락하여 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897년에는 단편집 <키 작은 프리데만 씨>를 출간하였고 1901년에 장편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립하였다. 이어 단편집 <트리스탄>(1903)을 발표하면서 삶과 죽음, 시민과 예술가, 정신과 삶이라는 이원상을 거듭 대결시킴과 동시에 양자간의 조화를 모색하였다. <베니스에서의 죽음>(1912)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더 한층 달구어낸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같은 해에 집필에 들어가 완성에 이르기까지 12년이 걸린 <마의 산>(1924)을 통해 그의 이름은 국내외로 널리 알려졌으며 <바이마르 공화국의 양심>으로 불리게 되었다. 1929년에는 ,부덴부로크 가의 사람들>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밖에도 <마리오와 마술사>(1930), <요젭과 그의 형제들>(1943), <파우스트 박사>(1947), <선택받은 사람>(1954) 등 소설뿐만 아니라 평론 및 수필을 발표하면서 왕성한 창작력을 선보인 만은 1955년 8월 12일 취리히에서 사망하였다.
세례다! 세례식이 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페르마네더 부인이 희망을 품고 살던 시절에 꿈꾸던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식당의 식탁에서는 하녀가, 건너편 방에서 벌어지는 예식에 방해가 될까 봐 끓고 있는 뜨거운 초콜릿이 든 잔에다가 거품이 이는 크림을 조심조심 소리 안 나게 담고 있다. 조개 모양으로 생긴 도금된 손잡이가 있는 잔들이 둥그런 쟁반 위에 빽백하게 늘어서 있다. 하인 안톤은 뾰족탑 모양의 케이크를 자르고 있으며 융만은 후식용 은그릇에 담긴 캔디와 싱싱한 꽃들을 정돈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조그만 두 손가락으로 그것들의 간격을 신중하게 조정하고 있다.
얼마 안 있어 손님들이 거실과 사랑채에 자리를 잡고 나면 이 모든 진수성찬들을 대접할 것이다. 아마 그것이면 충분할 것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는 아니라 하더라도 넓은 의미에서 온 가족이 모였기 때문이다. 외버디크 가로 인해서 키스덴마커 가도 어느 정도 친척이라 할 수 있으며, 키스텐마커 가로 인하여 묄렌도르프 가도 어느 정도 친척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치면 한이 없게 된다. 확연히 선을 긋는다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버디크 가가 대표격이다. 그것도 여든이 넘은 현직 시장인 카스파르 외버디크 박사가 수장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