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웃은 나와 전혀 관계 없는 타인이 아닙니다. 그들은 내 분신과 마찬가지입니다. 내 몸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또 하나의 몸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의 커다란 한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가 바로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은 커다란 생명의 나무에 속한 하나의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늘 이웃을 서로 아끼고 나누고 위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법정스님
강원도 산골,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을 빌려 홀로 사시는 스님은 아직도 손수 땔깜을 구하고 밭을 일구십니다. 오랜 수행을 통해 늘 말고 향기로운 삶을 실천하고 계신 스님은 변하지 않는 침묵과 무소유의 철저함으로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한 정신으로 손꼽힙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전라도 순천 송광사 뒷산에다 불일암을 지어 홀로 사셨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하도 많아 <버리고 떠나기>라는 수필집을 쓴 후 훌쩍 강원도로 들어가 거처를 숨긴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스님이 쓰신 <무소유> <서 있는 사람들> <물소리 바람소리> <텅 빈 층만>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산에는 꽃이 피네>등의 수필집은 오랜 세월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 책머리에
1. 어느 제과점 아가씨
2. 사랑이란?
3. 어미 수달의 사랑
4. 아가, 아가 울지 마라
5. 가난한 절의 노스님
6. 나눔의 기쁨
7. 더벅머리 학생과 노스님
8. 거름을 운반하는 사람
9. 가난한 여인의 등불
10. 살아 있는 부처님
11. 도원 스님
12. 맑은 가난은 고귀한 것
13. 밤손님
14. 병든 황태후
15. 황금빛 사슴
16.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17.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
18. 종이와 새끼도막의 가르침
19.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20. 황금 백조
....
가난한 절의 노스님
"쯧쯧, 그거 참 딱하게 되었구려...."
노스님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워낙 가난한 절이라 돈도 양식도 없었던 것입니다. 잠시 후, 고민하던 노스님이 갑자기 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래! 그걸 주면 되겠군."
마침 절에는 낡은 불상을 고치려고 모아 두었던 구리 판이 조금 있었습니다. 노스님은 손수 구리 판을 가져와 그 가난한 사람에게 주었습니다.
"이걸 가지고 가서 양식과 바꾸도록 하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사람은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돌아가고 난 후 젊은 스님들이 노스님 방으로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큰스님 너무 하십니다! 그 구리 판은 불상을 고치려고 모아 둔 것 인데 그렇게 선뜻 남에게 주어 버리면 어떡합니까?"
노스님은 말없이 젊은 스님들을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젊은 스님들이 다시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