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권에서는 현대의 섹스 혁명의 문화적 현상을 공시적,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즉 마릴린 먼로부터 90년대 테크노 섹스의 우상인 마돈나에 이르기까지의 성풍속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궁극적인 해방을 꿈꾸던 섹스 혁명의 불명예스러운 종말, 점점 늘어만 가는 욕망의 상업화,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 사도-마조히즘의 매력, 인간간의 에로틱한 관계에서 특히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회변화와 산업화의 양상, 산업화된 서구에서 쾌락의 새로운 정점으로 등장한 사이버 섹스 등 섹스 혁명 이후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이야기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고트프리트 리슈케(Gottfried Lischke)
1938년 출생. 1971년 이래로 베를린 자유대학의 교수로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는 아동 심리요법과 역사학과 생물학의 경계선상에 있는 심리학에 관한 학부를 맡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생물학적, 역사학적 연구전략과 결과를 심리학에 연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앙겔리카 트라미츠(Angelika Tramitz)
1959년 출생.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사회학, 심리학, 여론학을 전공한 뒤, 라디오와 신문사의 자유기고가, 작가, 편집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주요 관심사는 동시대의 문화사적인 주제이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 문제점은 없는가
1. 조화를 위한 투쟁
2. 삽입을 둘러싼 논쟁
3. 자유로운 사고
[2]. 지금까지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1. 최근의 성 연구
2.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새로운 욕망
3. 섹스 치료요법
[3]. 새로운 경향은 무엇인가
1. 자극적인 장면의 연출
2. 섹스와 매춘
3. 적극적인 여성들의 섹스
4. 소수의 변태
5. 호모 섹스
...
- 맺음말 / 에로틱한 매혹의 세계
- 옮긴이의 말
- 인명 색인
행복의 연구
고전적인 성 연구는 대량의 표본검사를 토대로 육체적 변화나 성적 행동양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랑이 행복 추구의 지상명제라는 사실을 심리 분석만이 우리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1970년 이래로 경험적인 성 연구는 "낭만적인 사랑"과 같은 현상을 상세하게 짚어보고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금 언급하기로 한다. 독일에서 인정받는 사회심리학자 프리츠 슈트락이 행하는 사회심리적인 행복 연구는 주관적인 만족의 조건을 묻는다. 오늘날에는 "만족"이라는 개념 아래 특정한 숙박시설이 선전되기도 하고, 학문적인 가치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의식주 그리고 사회적인 유대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고 충족되면, 우리는 만족한다고 느낀다. 또한 여기에는 비교대상보다 자신의 형편이 나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대 성적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섹스가 결혼생활에만 국한되고, 탈선이나 외도가 타부시되는 문화에서는 편안한 가정, 행복한 삶이라는 구호가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다. 미국의 심리학자 피터 게이는 19세기의 에로티시즘에 관한 연구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평균적인 시민이 얼마나 많은 파트너와 성적 경험을 즐기는지 그리고 일상적으로 어떠한 성적 유희가 행해지고 있는지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현저하게 작아질 것이다. 사회학자 헬무트 셀스키의 주장, 즉 킨제이-보고서가 행복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그리 과장된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사회심리적인 행복 연구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무엇보다 한층 강화된 개별화를 통해서 섹스에서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즉 삶의 과정에서 올바른 것을 행하고, 또한 올바른 것을 이루었다는 자아의식을 통해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 섹스혁명의 문화적 현상 분석 >> [세계일보 / 전지현기자]
'강렬하기 때문에 감춰 왔던' 성관련 이야기들이 일상의 화두로 자리매김된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마돈나의 광적인 무대보다 무언가를 유혹하는 듯한 마린린 먼로의 미소가, 정상적인 성애보다 포르노의 변태적 행위가, 이성보다는 동성이 더 자극적인 것처럼 에로티시즘이 분출되는 코드도 다양하다. 사랑은 성적 욕망과 결부돼 있다. 또 성관계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만약 수십억년 전에 이러한 섹슈얼리티의 발견이 없었다면 아마 새로운 생명체는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류는 시대마다 어떻게 에로티시즘을 이해했을까.
튀는 주제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세계 풍속사'(전3권)(이윤기-김이섭 옮김.까치)에 나와 있다. 이 책은 '성'(性)으로 창세기부터 중세, 르네상스, 현대의 섹스혁명까지의 사회문화를 읽어냈다. 92년 출간된 문화사가 파울 프리샤우어(Paul Frischauer.1898∼1977)의 '세계풍속사'(상-하)가 성풍속에만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비판이 있어 독일의 크나우어 출판사가 사회-심리학자 고트프리트 리슈케(Gottfried Lischke.61)와 문화사가 앙겔리카 트라미츠(Angelika Tramitz.40)를 영입, 20세기 후반의 성담론들을 곁들여 완결판을 내놓은 것이다.
1-2권은 인류탄생 이래 에로스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했다. 유럽은 물론이고 인도 중국 일본 이슬람의 성문화까지 훑었다. 다소 선정적인 400여점의 도판이 에로스의 역사를 한층 관능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성관계를 통해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조차 몰랐던 구석기시대, 풍년제 기간 동안 모든 아내에게 다른 남성과 동침할 자유를 주었던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 인간에게 내재하는 생명력 '카'(Ka)를 위해 많이 먹고 사랑하는 것을 즐긴 이집트인들, 약탈 결혼을 가장 고귀한 결혼의 형태라고 본 인도의 마누법전, 디오디소스 축제를 숭배한 고대 그리스인들, 향락의 도시 로마까지 성은 비교적 개방적인 양상을 띤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 자유를 철저하게 억압한 제정로마시대, 성적 방종의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돌려 쾌락을 받아들이는 여성의 성기를 '악마의 문'으로 폄하한 중세 기독교,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비하한 이슬람제국에 이르면 페미니스트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교화를 핑계로 수도사들이 매춘녀를 찾아다니며 성욕을 채우기 시작한 르네상스시대부터 성은 다시 꽃을 피우게 된다. 이후 섹슈얼리티를 행복의 근원으로 간주하고 여성의 자율권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성의 혁명'이 이어진다.
제3권은 현대 섹스혁명의 문화적 현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억압적 에로스에서 자유로운 에로스로 직선적 발전을 이루면서 수치심을 유발하던 성행위 유형들이 오늘날에는 정상적인 레퍼토리로 정착했다. 성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성이 지니는 의미가 변한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성적환상이 현실에서 자극적 체험으로 옮겨지기를 기대하면서 또다른 어려움을 겪는다. 마조-사디스트, 동성애자들이나 다른 성규범을 지닌 소수집단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매춘, 포르노그라피, 유아에 대한 성학대, 성적 피해 등 숱한 난제들과 씨름해야 한다.
다양한 성욕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은밀함 때문에 연구가 빈곤하고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3권을 집필한 트라미츠와 리슈게는 토로한다. 그래서 이들은 윌리엄 제임스가 개념화한 역사심리학의 원칙을 도입했다. 정형적이고 보편적인 인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을 복잡한 상태로 명확하지 않게 내버려두는 방식을 따른 것이다. 현대 에로티시즘에 관한 주제들의 다양성과 모순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이와 같은 방법이 지금까지의 연구동향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론과 주장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 >> [중앙일보 / 배영대기자]
백여점에 달하는 에로틱한 사진 도판-. 도색(桃色) 잡지가 따로 없는 이 책을 어떻게 가늠하고 소개하면 좋을까. 1991년 이윤기 번역본으로 된 1, 2권을 이미 읽은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 책은 의도적으로 두루뭉술하게 만든 책 제목과는 달리 '性愛(sex) 의 역사'를 다룬다.
이번에 3권이 나옴으로써 독일 크나우어 출판사에서 출간된 시리즈가 모두 번역된 셈인데, 이 책의 원제목은 '성애의 세계사'다.
◇ 쑥스러운 담론 '섹스'=평균적 성인에게 섹스는 여전히 쑥스러운 얘기다. 3권 번역자는 "내가 알고있던 성문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실들에 당혹감을 느꼈으며,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들을 번역해내는데 애로가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출판 과정에 우리 '풍속'의 허용치를 훨씬 뛰어넘는 일부 사진들은 제외됐다. 이런 출판 과정상의 '교정'은 이 책의 선하(先河)인 에두아르트 푹스 '풍속의 역사'(전4권, 까치)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선 오스트리아 출신의 문화사가인 파울 프리샤우어(1898~1977년)가 썼던 1, 2권은 원시시대에서부터 60년대 서구의 섹스혁명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의 성풍속을 통시적으로 다룬다. 그는 인류사를 관통하는 힘은 '삶의 욕망'이며 이는 인간 최대의 본능인 성적 충동에 근거한다고 본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성충동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시각에서 성욕의 통시적 현상을 보여주는 '고급 포르노'가 그 책이다.
◇ 1, 2권과 3권의 차이=프리샤우어의 의도는 성에 대한 죄의식과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그리고 남녀 사이의 성권력 관계 등 갖가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서구의 이성만능주의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포스트모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며, 청교도주의적 도덕관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서구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볼 때 이러한 맥락을 놓쳐서는 안된다.
3권에서도 이러한 기획의도를 이론적으로 선명히 부각시킨다. 3권 부제 '마릴린 먼로에서 마돈나까지'에서 알 수 있듯이 60년대 이후 현대적 섹스의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포르노그라피, 동성애, 변태, 매춘, 사디즘과 마조히즘 같은 성과 폭력의 문제, 나아가 컴퓨터시대의 사이버섹스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서구에서 섹스 혁명이라 부르는 성에 대한 새로운 경향을 포용적 자세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논의대로라면 섹스혁명은 곧 인간혁명이다. 저자는 성에 대한 획일화된 가치관, 남성중심의 성문화를 비판하며 여성이 자신의 행복의 주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여성도 자신의 성적 의지와 욕망을 표출해야 한다"며 뭇남성들을 작아지게 하는 이 책은 궁국적으로 남녀의 이해와 조화를 지향한다.
<< >> [조선일보 / 주경철(서울대서양사학과부교수)]
1·2권 간행 이후 10년만에 제3권이 번역되어 나옴으로써 이제 '세계풍속사'가 완간되었다. 이 책의 1·2권(독일어 원본으로는 1~3권)은 독일의 저명한 문화사가인 파울 프리샤우어가 집필하였고, 여기에 역사심리학자 고트프리트 리슈케와 현대 문화사 비평가인 앙겔리카 트라미츠가 3권(독일어 원본의 제4권)을 집필하여 덧붙여서 이 시리즈를 완성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제 우리는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와 함께 성 풍속사에 대한 세계사적 개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저서 두 질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왜 성(性)에 그토록 주목하는가? 그러나 사실 우리가 성에 관심을 둔다기 보다는 성이 우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성은 우리 삶의 아름다움이기도 하고 온갖 추악한 악의 근원이기도 하다. 또 서로의 관계를 최종적으로 맺어주기도 하지만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성은 개인의 가장 내밀한 심리적·육체적 영역이면서도 그것이 핵이 되어 한 문명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구성하고 그 성격을 규정한다.
그리하여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하고 한편 지루할 수도 있는 이 영역은 동시에 역사적으로 무궁무진한 변화의 세계를 연출한다. 그렇다고 할 때 성 풍속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곧 인간과 사회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통해 세계 문명사의 핵심 지점들을 들여다본다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이 이상 '인간적인' 역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의 장점은 섣불리 단정짓고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인간이 '그쪽 방면으로' 얼마나 다양하게 살아왔는가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잘못하면 우리의 너저분한 탐심을 자극하는 데에 그치기 십상인 이 주제를 비교적 담담하고 차분하게 기술하면서 절제와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또한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1·2권은 고대 세계로부터 1960년대 섹스 혁명에 이르는 기간 동안의 전세계 성 풍속을 살펴보는 내용인 반면, 이번에 나온 3권은 '마릴린 먼로에서 마돈나까지', 즉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다양한 성 문제들 ―욕망의 상업화, 동성애, 사디즘, 사이버 섹스 등―을 다루면서 그것들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지 고찰하고 있는다. 이는 현대 사회가 어떤 사회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는 데에 아주 유용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대한 불만이라면 일부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그리고 일부는 아직까지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적인 고려 때문에, 원본에서 보이는 산뜻한 도판들이 흐릿해져 있다는 점인데, 이는 독자들의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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