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평론집은 1부는 주로 60년대 전후로 활동을 시작한 시인들의 작품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부는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왕성한 시적 성과를 보여주었던 시인들의 작품 세계를 탐색하고 있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3부는 본격적으로 출발을 선언한 청년 시인들의 작품론으로 짜여져 있다.
엄경희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숭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화여자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문학평론가로 활동중이다.
현재는 숭실대와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1] 제1부
1. 비탈을 껴안는 교목의 생 - 홍윤숙 시인의 삶과 문학
2. 월곡에 유배된 시인 - 김종삼
3. 천의 산에 깃든 천의 눈물 - 박용래
4. 긍지와 자유의 철학으로서의 나르시시즘 - 정현종
5. 슬픔의 핵에서 번지는 따뜻한 물살 - 이수익
인간은 이성과 현실, 꿈과 실재, 성과 속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자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생을 일구어 가는 존재이다. 인간이 하나의 행성이라면 이 양쪽 세계는 인간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궤도의 양극점을 점유한다. 따라서 서로 이율배반적인 두 세계 사이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감내해야 하는 갈등과 고통의 무게도 비례해 증가하게 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상을 현실 쪽으로 끌어내리거나, 아니면 현실을 이상 가까이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필연적이다. 어느 쪽에서든 우리는 양자의 조화와 융합을 기획해야만 원만하게 삶을 운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종삼의 시세계에서 이상과 현실, 꿈과 실재, 성과 속은 서로 결합할 수 없는 완강한 이원적 세계로 자리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이원화의 양상 때문에 두 세계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 양극점을 보여주고 있는 주체가 이 두 세계로부터 자신을 배제시키거나 이질화시킴으로써 어느 쪽에서든 이방인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과 이상이 구축하고 있는 양극점 사이에서 그의 존재가 위치해 있던 의식의 공간은 어디인가? 이런 질문에 앞서 그는 왜 현실과 이상 모두에 자아를 편입시키기를 거부했는가? 김종삼 시가 갖는 비극적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현실과 이상 모두로부터 고립된 고독한 행성의 운행과 그 행성의 운행이 내포하고 있는 비밀이 함의되어 있다.
